코로나 팬데믹 1년 전쯤에 집 가까운 곳에 웬디스햄버거 체인점이 생겼다. 그전엔 아이들 때문에 주로 인앤아웃을 즐겨 먹었는데 이제는 가까운 웬디스에 간다.
웬디스도 역사가 꽤 긴데 별로 먹어볼 기회가 없었다. 웬디스의 상징은 주근깨 백인 여자 아이 얼굴이다. 그걸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 역시 별 의미없이 받아들이며 햄버거를 사서 나온다.
폭스방송에 출연해 정치뉴스를 하는 터커 칼슨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칼슨은 다음 대선 공화당 후보로 입에 오를 만큼 보수진영에서 영향력이 크다. 트럼프 부분만 빼곤 상당 부분 옳은 말을 한다고 생각돼 가끔 그의 프로를 본다. 진보좌파의 위선적인 부분을 신랄하게 공격하는데 그걸 보고 있으면 공감도 되고 속도 시원하다.
그의 책을 보면 웬디스의 상징인 백인 여자 아이가 진보좌파로부터 인종차별이란 비난을 받는다고 한다. 단순히 웃고 지나갈 일은 아니다. 이런 식의 차별에 대한 민감한 정책들은 특히 오바마행정부 이후 본격화돼,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계속 이어져 오면서 앞으로 더욱 강도 높게 진행될 것 같다. 흑인 얼굴이 들어간 몇 개의 식품 관련 제품들이 인종차별이란 비난을 받고 기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생산을 중단하는 일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미국 작가 중 마크 트웨인을 좋아한다. 남북전쟁 전 미국 문화를 그 특유의 유모와 위트로 묘사했다. 마크 트웨인은 남북전쟁 때 북군의 영웅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의 자서전을 써서 가난에 쪼들린 그랜트를 도와주기도했다. 그런 그의 책조차 흑인을 비하했다고 해서 인종차별적 서적으로 분류돼 학교 추천도서에서 빠졌다.
얼마 전 한인들에게 ‘그린치’, ‘모자 속의 고양이’ 등으로 유명한 그림동화책 작가 닥터 수스의 일부 저서들이 아시안, 흑인비하 등 인종차별적 그림이 있다는 이유로 판매중단까지 당했다.
닥터 수스의 그림을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닥터 수스의 책들은 미국에선 아동들에게 필독서로 분류, 추천돼 50년대 이후 출생한 미국인들은 닥터 수스 책을 읽고 자랐다. 닥터 수스의 생일은 초등학교에선 ‘닥터 수스 데이’라고 해서 닥터 수스 티셔츠를 입거나 그의 책을 읽는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마치 이 사회의 모든 것들에 대해 인종차별 여부를 조사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차별을 오래 겪어온 커뮤니티들은 사회적·구조적 차별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그런 차별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미국 사회는 차별에 대해 너무 민감해져 있어 오히려 그 역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트럼프 현상도 이런 역작용의 연장선상이다. 미국 사회가 벌이고 있는 차별 반대정책은 현재 인종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일례로 일정 규모 이상되는 상장기업에 여자와 성소수자를 배정해야 하는 식의 정책은 비헌법적이다.
각종 차별금지 정책은 보호를 해주려는 집단의 밖에 있는 다른 집단에 대한 역차별을 가져오고 그들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