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크로싱 오버(Crossing Over)
미국의 불체자 다루기
‘크로싱 오버(Crossing Over)’는 여러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이 미국의 그린 카드를 얻으려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병렬식으로 그린 영화다.
이민세관국(ICE) 수사요원인 맥스(해리슨 포드 분)는 멕시칸 불법체류자 색출을 위한 어느 공장 급습에 참여한다. 여기서 숨어 있던 멕시코 여성 미레야를 찾아내는데 그녀는 잡혀가면서 혼자 남는 어린 아들을 맥스에게 부탁한다.
맥스의 파트너인 하미드는 이란 출신 이민자다. 하미드의 부모가 시민권을 곧 받게 돼 그 일을 축하하는 자리에 참석했다가 하미드의 여동생이 유부남과 사귀고 있어 온 가족이 수치로 여기고 그녀를 따돌리는 장면을 목격한다.
가수 지망생인 영국 청년 개빈(짐 스터지스 분)은 비교적 쉽게 얻을 수있는 종교 비자를 받기 위해 유태인으로 위장한다. 개빈의 여자 친구로 호주의 단역 배우 출신인 클레어는 체류 비자를 얻기 위해 영주권 발급 담당자인 콜(레이 리오타 분)에게 성 상납을 한다.
콜의 아내 드니스(애쉴리 저드 분)는 이민자 권리 자문 변호사인데 다음 두 건의 변호를 맡고 있다. 하나는 세 살 때 이민 와 현재 15세인 방글라데시 소녀 타슬리마 건으로 그녀는 숙제로 쓴 글에서 9.11 사태 범인들을 이해한다는 식의 의견을 밝혀 추방당할 위기에 놓여 있다.
둘째는 나이지리아의 어린 소녀 리케 건으로 리케의 엄마는 수용소에서 에이즈로 죽어가고 있고, 아빠는 아이를 내버린 채 본국으로 돌아가 누군가가 입양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맥스가 이용하는 한인 세탁소의 큰아들 영이 시민권 선서를 하루 앞두고 위협에 못 이겨 아시안 갱들과 어울려 리커 스토어를 털다가 체포될 위기에 봉착한다.
본인 또한 남아공 출신 이민자인 웨인 크레이머 감독의 의도는 미국 이민 정책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려고 한 듯한데, 영화를 보면 오히려 이민자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 더욱 부각되고 있어 감독의 본래 의도조차 의심스러워진다. 미국 정부를 대표하는 건 아니지만 이민 정책을 일선에서 수행하고 있는 이민세관국 직원 맥스와 이민 변호사 드니스의 선행만이 돋보이고 있다.
마치 영화 ‘크래쉬(2004년, 폴 해기스 감독)’처럼 각각의 케이스를 옴니버스 스타일로 보여주며, 각 케이스들이 서로 연관을 맺도록 구성했는데, 그 연결 고리가 너무 작위적이고 느슨해 영화 스토리의 긴장감을 충분히 고양시키지 못하고 있다.
당초 140분여에 이르던 영화가 제작사, 감독, 주연 배우들 간에 이견이 생겨 숀 펜이 빠지면서 114분으로 줄었다고 한다. 이 부분이 살아 남았더라면 어떤 영화가 됐을지 궁금하다.
해리슨 포드가 ‘인디애나존스’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보여준다.
최인화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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