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투자비자로 신분을 유지하다가 비즈니스가 심각한 어려움에 처하면서 연장승인을 받지 못하거나, 학생신분으로 있다가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해 소위 서류미비자신분이 되는 분들이 사실 주위에 많이 있습니다. 현재 미국전역의 불법체류자는 약 1천2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불법체류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발생 이후에는 신분을 연장하거나 변경하는 일, 그리고 영주권을 신청하는 일 등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신분변경과 연장 그리고 영주권신청은 합법적인 신분(lawful status)이 전제조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불법체류라고 말하는 상황을 이민법 적으로 보자면 세밀하게는 ‘Out of status’ 와 ‘Unlawful presence’ 의 두 가지 상황이 섞여 있는 것입니다.
두 개념 중에서 ‘Out of status’가 좀 더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이는 출입국카드 I-94 만료 후의 체류뿐 아니라, 예컨대 방문비자로 미국에 있는 동안 공립학교를 다니거나, 학생신분인자가 학교를 풀타임으로 다니지 않는다든가, 소액투자자의 배우자가 이민국의 노동허가 없이 노동을 하는 등 일체의 이민법상의 체류신분 규정을 어긴 경우를 총체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이에 반해, ‘Unlawful presence’는 이러한 ‘Out of status’보다 좁은 개념으로서, 기본적으로 기존에 변경 시에 받은 출입국카드 I-94에 적혀 있는 허가된 기간을 넘겨서 체류하는 경우(overstay)만을 대체로 의미합니다.
이 두 개념이 차이를 가져오는 중요한 상황은 3년/10년 재입국금지조항이 적용되는 경우입니다.
즉 불법체류기간의 장단에 따라 미국으로의 재입국이 일정기간동안 금지되는데, 불체기간이 180일 초과이면 3년 입국 금지, 1년 이상이면 10년 입국 금지라는 규정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불법체류란 ‘Out of status’ 가 아니라 ‘Unlawful presence’만 말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홍길동씨가 E-2 비자로 미국에 입국하여 오헤어공항에서 출입국카드에 유효기간 2년을 받았습니다. 불행하게도 입국 후 계속된 경기하락으로 운영 중이던 식당을 1년 만에 닫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현재 홍길동씨의 신분 상태는 ‘Out of status’ 개념으로는 불법체류인 것이고, 출입국카드 I-94의 유효기간으로 계산되는 3년/10년 재입국금지를 적용받는 ‘Unlawful presence’ 불법체류는 아닌 것입니다.
이 사람은 이민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Out of Status) 미국 내에서 신분연장 또는 변경 그리고 영주권신청 등은 할 수가 없지만, 미국에서 체류기간을 초과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No unlawful presence)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한국으로 출입국 카드의 기간만료 후 6개월 안에 귀국하여 미국대사관에서 비자를 새로 받아 다시 미국으로 입국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서울 미국대사관의 영사가 이러한 사실을 다른 관점에서 부정적으로 볼 여지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요.
학생비자는 I-94 카드에 날짜가 지정되어 있지 않고 D/S(Duration of Status)라고 적혀 있습니다. 즉 학생신분을 유지하는 한 체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경우 불체의 시점을 결정할 때 차이가 생깁니다.
이민국이나 이민판사가 신분이 더 이상 없다고 결정을 내릴 때까지는 Unlawful presence 가 아니라고 봅니다. 학생비자신분 자는 그래서 신분을 유지 못했다 하더라도 출국 후 생각 외로 쉽게 다시 미국에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3년/10년 재입국금지조항은 18세가 될 때까지의 기간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왔다가 신분이 소멸된 경우에는 출국 후 학생비자 등으로 별도로 들어오는 것이 가능합니다.
불법체류라는 말처럼 우리 안에 모순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단어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아시아각국에서 대거 한국으로 들어온 산업연수생에게 우리가 던지는 시선과 미국사회에 권리회복을 청원하는 우리의 태도에는 과연 어떠한 괴리가 있는 것인지 문득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