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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경영자 릴레이 인터뷰-8] 구자열 LS전선 회장

"물은 고이면 썩는 법…해외로 나가라"
작년 SPSX 인수 세계3위로…어려웠던 결단은 ERP 투자
토론은 즐기고 실패는 용서…기업도 체질변화 시도해야

세계 3위 리더십 구자열 회장.

2000년대 초 내수 정체로 LS전선의 매출은 4년째 2조원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지난해 자회사를 포함해 7조원대 매출을 올려 세계 3위 업체가 됐다. 구자열 회장의 글로벌 전략 덕분이다.

"중국은 세계 전선 수요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성장률도 연 15%에 이른다. 그래서 이번 훙치전기 인수는 아주 만족스럽다. 훙치전기가 이름 그대로 '홍기(붉은 깃발)'가 돼 LS전선과 시너지를 낼 것이다."

경기도 안양에 있는 LS전선 본사에서 만난 구자열(56) LS전선 회장은 바로 전날 중국에서 돌아왔다고 했지만 전혀 피곤한 기색이 아니었다.

목소리엔 의욕이 넘쳤다. LS전선은 지난달 1일 중국 전선업체 훙치전기의 지분 75.14%를 1억900만 위안(약 200억원)에 인수했다. 구 회장은 14~17일 중국 현지 임직원을 격려하고 돌아왔다. 그는 "훙치전기 인수를 기반으로 조만간 중국 1위 나아가서는 세계 1위 전선업체로 도약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언제부터 중국 업체 인수에 관심을 가졌나.

"베트남.러시아.인도.중국.미국 등 'VRICA' 시장을 전략적 타깃으로 설정한 다음 그린필드(직접 시설 투자)냐 M&A냐를 놓고 고민했다. 중국은 M&A로 가닥을 잡았고 한 업체와 딜(거래)을 진행했는데 채권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결렬됐다. 이 딜이 결렬된 뒤 훙치전기를 알게 돼 인수하게 됐는데 가능성이 꽤 큰 회사다."

-중국 출장 기간 중 '중국에서 1등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목표는 항상 1등이다. 그리고 아주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다. 중국에서 1등을 하면 세계 1등에 가까워진다. 중국은 세계 전선 수요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도 사생결단 목숨 걸고 하는 거다."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전선 제조업체가 3000개가 넘는다. 상위 5개 업체 점유율을 모두 합쳐도 6%가 안 될 만큼 주도 기업은 없는 실정이다. 훙치전기는 5위권 밖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 해외 네트워크를 많이 늘렸다.

"한국에서 LS전선은 확고부동한 1등이다. 그러나 성장세가 정체된 상태였다. 물이 고이면 썩는 것 아니냐. 2001년 회사에 와 보니 매출이 4년째 1조9000억원대였다. 성숙 산업인 탓이었다. 서둘러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채근했다. 특히 중국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진출이 늦었다.

마침 경쟁사가 중국에 진출했다가 실패해 '우리도 그럴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무조건 나가라'고 떠밀었다. 다행히 나는 백그라운드가 상사맨이다(LG상사가 그의 첫 직장이다).

미국에서 옷 장사하는 것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일본 지역장 시절엔 본사를 거치지 않고 중국.러시아에서 상품을 떼어다 일본에 파는 '이상한 짓'도 벌였다. 이런 경험이 바탕이 됐다."

-LS전선의 글로벌 전략이 무엇인가.

"처음엔 '무조건 반반'이었다. 한국 매출 해외 매출이 절반씩이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동안 (주요 한국내 수요처인) 한전.KT만 바라보고 영업을 했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당연히 마진이 줄었다. 살 길을 해외에서 찾아야 했다. 지난해 미국의 슈피리어에식스(SPSX)를 인수하면서 그 '반반'은 완전히 넘어섰다."

지난해 7월 LS전선은 9억 달러를 투자해 북중미 1위 산업용 전선업체인 SPSX를 인수했다. 애틀랜타에 본사가 있는 SPSX는 80여년 역사의 전선 전문기업이다. 이를 계기로 SPSX.JS전선 등 출자회사를 포함한 LS의 전선 부문 매출은 7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프랑스 넥상스 이탈리아 프리즈미안에 이어 세계 3위 전선업체로 발돋움했다.

-새로운 목표를 제시할 시점 아닌가.

"당연히 세계 1등이다. 지난해 SPSX를 인수하면서 '해보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세계 1위가 되는 시기를 언제로 잡나.

"(머뭇거림 없이) 2015년이다. 물론 1 2위 회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빅2와 비교해 아직은 격차가 있다. 그러나 우리도 열심히 할 것이다."

-지금까지 M&A에만 1조원대 자금이 들어갔는데 자금 사정은 괜찮나.

"SPSX를 인수하면서 부채비율이 400%대로 높아졌다. 대신 지주회사는 빚이 거의 없다(지난해 7월 LS전선은 존속 법인인 지주회사 LS와 사업 자회사인 LS전선.LS엠트론으로 분리했다). 지주회사는 여차하면 다른 곳에 투자를 해야 해서 그렇다. LS전선 스스로 파이낸싱을 하고 있는데 크게 문제없다.

(창밖 공장을 가리키며) 안양.군포 공장 매각을 추진 중이다. 공시지가로만 군포 공장이 3500억원 안양 공장이 2000억원이다. 이 땅만 팔아도 차입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올 2월 한전이 발주한 전남 진도~제주 간 해저 케이블 수주에 성공했다.

"국제 해저 전력망 입찰에서 한국 업체가 수주한 첫 번째 사례다. 우리로서는 완전히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것이다. 수입 대체는 물론 세계 시장 진출도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해저 케이블은 넥상스.프리즈미안과 스웨덴의 ABB 등 3사가 1조5000억원대 시장을 독식하다시피하고 있다."

해저 케이블은 '전선의 꽃'으로 불린다. 해저 구간을 하나의 케이블로 연결하는 것으로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LS전선은 4년여 투자 끝에 초고압 해저 케이블을 개발하고 다음 달 강원도 동해에 해저 케이블 공장을 준공한다.

-이 사업에 의지가 강했다고 하던데.

"임원들에게 '제주 건을 놓치면 앞으로 10년간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기술진에겐 '성공하지 못하면 동해바다에 몸을 던질 각오로 일해 달라'고 독려했다. 우리는 배수진을 쳤고 결국 해냈다. (웃으며) 내 관상에 복이 많다고 한다."

-현장을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큰 배의 선장과 같다. 대기업이라는 큰 배가 한 방향으로 똑같이 움직이려면 얼마나 많이 소통해야 하겠나. 10번 20번 반복하는 것으로 부족하다. 1년 내내 같은 얘기만 해야 한다. 그러면서 '혁신이 없으면 미래가 없다(No Innovation No Future)'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다."

-가장 어려운 비즈니스 결단은 무엇이었나.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ERP)을 도입한 것이다."

-굵직한 M&A도 많았는데 뜻밖이다.

"처음에 ERP를 도입한다고 하니까 여기저기서 반대가 많았다. '전선을 모르는 사람이 일을 벌인다'거나 '넥상스.프리즈미안도 하지 않는데 왜 굳이 우리가 먼저 하느냐'는 등 수군대기 일쑤였다.

회사가 2년 내내 시끄러웠다. 계속 시비를 걸었지만 밀어붙였다. 기업 내부의 프로세스와 경영관리 체계를 바꾸는 것이 혁신의 첫걸음이라고 확신해서다. 또 LG를 떠나 새롭게 시작하는 출발선이기도 했다."

-그래서 어떻게 달라졌나.

"회사가 투명해졌다. 영국 이동통신 사업자인 보다폰이 계약에 앞서 우리 회사 ERP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체크하더라. 한 직원의 인사카드를 뽑아 실제 근무하는지 확인까지 했다. 결국 테스트를 통과해 계약이 성사됐다. 이게 글로벌 스탠더드로 가는 길이다."

-지금 LS그룹은 구태회.평회.두회 명예회장 3가족의 공동 소유 형태다. 다시 분가를 해야 하지 않나.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LS는 (형제간) 같이 잘해 보자는 회사다. 구자홍 그룹 회장과는 4촌이면서 파트너다. 서로 존중해 준다. LS그룹을 키우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LS그룹은 고 구인회 LG 창업주의 셋째.넷째.다섯째 동생인 태회(86).평회(83).두회(81) 명예회장이 LG그룹에서 분가하면서 탄생했다. 2003년 LG에서 전선과 금속 부문이 계열 분리했고 2005년부터 'LS'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홍(63) 회장이 LS그룹 회장으로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 회장이 LS전선 회장으로 있다.

WHO?
1943년 서울생. 고 구인회 LG창업주의 넷째 동생인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 서울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78년 LG상사에 입사했다. LG상사 이사,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 부사장을 거쳐 2001년 10월 LG전선(현 LS전선)으로 옮겼다.
지난해 말 LS전선·LS엠트론·LS니꼬동제련 회장으로 승진했다. 등산·테니스·스키 등을 즐기는 만는 스포츠맨. 산악자전거 매니아로 올 3월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을 맡았다. “단순한 재미보다는 목표를 넘어섰을 때의 ‘희열’ 때문에 자전거에 매료됐다”고 말한다.
차진용.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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