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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물레방아

‘물레방아’ 모임이었다. 한인타운 한복판 그해 마지막 8월 주말이었다. 9순 노모님을 모시고 사는 서정 시인 동아리 멤버의 작은 농장에의 초대가 있었다. 사업체 돌보랴 취미생활하랴 참으로 부지런한 회원의 일상이었다. 틈을 내 집을 팀 멤버들에게 오픈한다는 의미는 글사랑 창작교실 플라스 단합대회 차원이었다. 야외 창작교실 끝내자마자 모두 뒷마당 투어에 임했다.

여름 한철 풋고추, 매운 고추, 애호박, 호박잎, 토마토, 가지, 오이, 비듬나물 등 무공해 채소들이 가득했다. 달걀, 대추, 감, 복숭아 등 수없이 공급받고 환성을 터뜨린 우리들이었다. 그 화창한 날씨에 설렘을 안고 그 현장에 갔었다. 창작교실을 떠난 야외 현장 체험을 위한 작은 소풍이었다.

LA 도심 한복판 주택가에 자연 농장이 뒷마당에 귀염성 있게 자리 잡고 있으리라고는 짐작이나 했겠는가? 닭장엔 암탉이 4마리, 진돗개가 3마리가 있고 연못 속에는 7~8년간 정붙인 50마리 남짓한 갖가지 잉어들, 홍고, 노고, 백고, 중고, 흑고 등이 사이좋게 수련 사이를 몰려 다녔다. 잘 꾸며진 연못에는 물레방아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다. 지붕 끝에는 풍경이 제구실을 하면서 운치를 돋우며 작은 연못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행복한 연못이었다.

봄이면 백도 복숭아와 블랙 체리나무, 감나무와 대추나무에는 제철 과실들이 빽빽하게 달려있다. 호박 넝쿨, 오이, 포도, 토마토, 고추, 옥수수, 깻잎 등 자연 농장 축소판이었다. 거기에 기묘하게 생긴 수석 수집도 한몫 끼어 있다.

모두가 가족이었다. 모두가 음악이었다. 자연농법도 배우고 나무를 다듬어 파는 목각 서예 강의도 들었다. 새들도 날아와 재잘댄다. 빨강 고추잠자리도 보았다. 풍뎅이 따라 붕붕 구름 없는 하늘에 따라 올라가 시야 가득 늦여름의 파아란 하늘을 만나기도 했다. 쑥 송편과 쑥떡, 선인장 주스에 뒤뜰 농장에서 나온 농작물 식탁이었다. 참으로 확대된 친환경 밥상이 아름다웠다. 신토불이 건강식이었다.

생선회는 노모님의 배려였다. 배부름을 즐긴 좋은 주말 시간, 싱싱한 상추쌈, 호박된장 찌개, 부추 부침개 등 이 귀한 식탁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입맛도 재료도 우정도 모두 무공해, 친화적이었다. 우리의 창작 가슴도 자연스럽게 무공해 자연적이기를 바랐다.

뒤뜰 한 귀퉁이 나무 밑에 한 멤버가 안고 오신 화분 2개를 내려놓으신다. 멀리 사는 시인 목사시다. 농부의 보살핌이 필요한 화분, 하나는 주인 농부에게 나머지 큰 것은 글 가르치는 내 몫이라 구별해 주셨다.

그 목사님이 정성스레 안고 오신 화초, 싱싱해 보이며 순해 보였다. 잘 생기지도 않은 그 약초 이름은 ‘바나바’, 내 손이 험해지는 한이 있어도 이 화초를 잘 키우리라 다짐하며 기뻐했다. 새로 우리 집에 입양된 식물 바나바가 앞바퀴 뒷바퀴로 나의 일상을 신나게 이어갈 것을 확신, 그래 ‘내가 너희들을 잘 키울 게’ 집으로 돌아오는 망태 안을 건너다 보며 우호의 시선을 보냈다.

오이, 호박, 깻잎, 풋고추, 계란 등등 …. 새 가족 입양의 나의 기쁨이 예사롭지 않다. 뒤 뜨락에 내려서기만 하면 나를 사로잡는 화분 속의 바나바 쌍떡잎 …. 암예방에 좋고 당뇨에 특효라는 약초! 우정을 다지고 문학을 논하고 지금은 건강에 신경 쓰는 우리 모두 ‘노치원’ 학생 나이가 되었다. 주위에서는 서로의 건강을 챙겨주고 관심의 눈빛을 전해준다. 이런 이웃들이 있어 따뜻하다. 감동, 감사하는 나의 세포가 건강으로 발돋움하는 주말 농장 나들이였다.


김영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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