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글마당] 늙은 책

New York

2021.03.19 19:0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노시인의 책장 속에서

묵은 책 한권 뽑아 드니

책장 넘길 때마다

신경통 앓는 소리

흐린 날 물기 깊이깊이 쌓이고 쌓여서

바랜 종이는

물때 앉은 고인 웅덩이처럼

늘어져 몸집이 부풀어 버렸다

청춘의 푸른 바람 지나 보내고

아직도 사랑 타령하기는객쩍은 나이

책갈피 아귀 사이에

간신히 뽑아낸 물길은 애간장을 휘돌아 굽이굽이 흐르고

주머니에 넣어 둔 웃음소리 떨어질 때마다

강가의 아스펜 잎사귀들 황금빛으로 물들어

멀리서 되돌아온한숨 쉬며 그려놓은 낙타 발자욱

한장 한장 넘기는 구절에

모래 바람 소리 길게 틔워낸다


김가은 / 시인·뉴저지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