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는 멕시코시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유대계 화가 아리엘라의 사랑 이야기다. 그녀는 종교적 갈등과 문화적 괴리감 사이에서 방황한다. [Menemsha Films]
‘레오나’는 멕시코 영화이지만 ‘이방인’과의 관계를 금하는 유대교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멕시코에서 활동하는 유대계 아이삭체렘의 연출 데뷔작이다.
‘레오나’는 타인종과의 문화적 괴리감이 남녀 관계에서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를 세밀히 들여다본다. 평소 우리의 관심을 받고 있지 못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모습의 인종 간, 민족 간 갈등이 있고 그들의 문화적 차이가 불러오는 아픔들이 있음을 상기시켜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멕시코시티의 유대인 커뮤니티. 멕시코에 거주하며 스패니시로 대화하며 현지 환경에 적응하고 살지만 이곳의 유대인들도 예외 없이 문화적, 종교적으로 동화되기를 거부한다. 이들에게 타인종은 그들의 성서가 말하는 대로 여전히 ‘이방인’이다. 그리고 특별히 그들의 가족이 이방인과 이성 교제하는 것을 금기시한다.
멕시코시티에서 벽화를 전문으로 그리는 화가 아리엘라는 젊고 발랄한 시리아계 유대인 여성이다. 그녀의 가정은, 시리아에서 살다가 20세기 초 종교적, 인종적 차별과 핍박을 받던 중 처형당할 위기에 처하자 멕시코로 탈출, 이곳에 정착한 유대계 이민으로 지금은 부유한 상류층 삶을 누리고 있다.
아리엘라는 유대교의 엄격한 규칙 안에서 생활하는 가족들과는 달리 자유분방하다. 그녀는 집에서 주선하는 유대인 남성과 교제하는 대신, 멕시코 남성 이반과 사랑에 빠진다. 아리엘라의 가족들은 이반을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아리엘라에게도 냉랭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반면 이반은 가족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숨기는 아리엘라에 대하여 불만이다. 그들의 관계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 그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다. 그를 원하고 사랑하지만, 가족들에게 소개하지 못하는 아리엘라, 이에 너그럽지 못하게 반응하는 이반, 두 사람은 데이트를 지속하면서도 이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다.
아리엘라의 욕망, 사랑과 정열이 멜로드라마의 뉘앙스가 짙은 음악과 함께 스케치되어 가는 동안 영화는 꾸준히 종교와 문화, 민족에 관한 질문으로 관객의 의식을 자극한다. 멕시코를 그들의 살아가야 할 나라로 여기고 때로는 타코와 우에보란체로스 등의 코셔가 아닌 음식을 즐기지만, ‘이방인’과의 교제를 금기하며 가족을 배제해야 하는 그 형식의 이중성과 모순 안에서 아리엘라는 방황한다. 그녀의 자아는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채 현실과 충돌한다.
‘레오나’는 종교와 문화적 괴리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리엘라의 자존감에 관한 이야기이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유대 민족들, 그들의 디아스포라에서 한 젊은 여성이 커뮤니티에 반하여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남의 이야기 같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