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의 코로나 봉쇄 76일, 혼란과 공포의 기록
76일(76 Days)
![‘76일’은 코로나19의 진원지 우한의 참상과 생존기를 있는 그대로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다. [Paramount Pictures]](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originals/2021/11/15/202227369.jpg)
‘76일’은 코로나19의 진원지 우한의 참상과 생존기를 있는 그대로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다. [Paramount Pictures]

영화는 촬영이나 편집, 음향, 음악 등 그 어떤 영화적 기법도 동원하지 않은 채 76일 동안 우한에서 일어났던 혼란과 공포 그 자체를 기록에 담는 데 집중한다. 인터뷰나 코멘트도 전혀 없다. 다큐멘터리 작가 하오 우, 저널리스트 웩시첸과 익명의 촬영가 3명이 각기 촬영한 영상들을 모아 편집한 기록물이다.
이들 3명의 카메라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죽음이 ‘살아 움직이는’ 우한의 한 병원에서, 죽어가는 환자들과 그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들의 생명을 그 죽음의 현장에 내어놓은 의료진들의 모습들을 따라 다닌다. 환자들과 의사, 간호사 모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공포 속에서 치명적인 병체와 싸우는 과정들이 담겨있다.
다큐에는 시민들의 공포와 무기력감, 불안, 긴장 등의 다양한 감정들이 녹아 있다. 한순간 한순간이 절박하기만 한 소시민들의 모습들. 죽은 사람들이 비닐백에 담겨 실려 나가고 가족들은 그들과 마지막 작별 인사조차 할 수 없다. 사투에 지친 의사와 간호사들의 애절한 모습이 수시로 보인다.
팬데믹을 소재로 한 다큐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늑장 대응에 신랄한 비판을 가했던 알렉스 깁니의 ‘토탈리언더콘트롤’이 꼽힌다. 제작 초기부터 극도로 치밀하게 기획된 다큐멘터리의 정수였다. ‘76일’은 우한의 참상과 생존기를 있는 그대로 기록한, 전혀 가공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다큐멘터리’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병원이라는 공간에 갇혀 지내는 동안 환자들과 의료진들 사이에 어느덧 인간애가 스며든다. 퇴원하는 노인을 보내는 의료진들의 기쁨과 그들과 헤어지는 노인의 섭섭함이 교차한다. 병실에는 또 다른 환자들이 그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간호사는 노인을 배웅하고 다시 병원으로 들어간다. 어머니의 퇴원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가족에게 사망을 통보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업무가 남아 있다.
코로나19가 아무리 인류를 위협하여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인간애를 빼앗아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영화는 말하고 있지 않지만,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결국 인간애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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