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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서 변사를 만나다…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 해설 조희봉씨

New York

2009.10.0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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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연출 김태용 감독도 방문
"경성을 들끓게한 낭만의 연애사, 뉴욕에서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3일 링컨센터 앨리스털리홀에서 열린 현존 한국 최고(最古)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 상영회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변사 조희봉(38)씨였다.

중절모와 동그란 테 안경, 나비 넥타이와 흰 양복에 흰 구두 차림의 젊은 변사 조씨는 스탠드·주전자·다방용 컵 그리고 부채를 소품으로 공수해왔다.

컴컴한 무대의 스탠드 불빛 아래서 1인 다역을 맡은 젊은 변사는 맛깔스런 해설로 관객을 사로 잡았다.

“청춘의 십자로, 엇갈린 운명이여 짓밟힌 순정, 이제는 어디로∼”“아, 저 부담스런 영복이의 아이라인을 보라!”“과연 우리의 영복은 이들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맛있게 드세요, 미국산 쇠고깁니다.”

아코디언·바이올린·콘트라베이스와 키보드로 구성된 4인조 악단, 개량 한복과 학생복 차림의 남녀 뮤지컬 가수가 신파의 맛을 더했다. 대사는 영어로 자막 처리됐다.

무성영화 전성기의 꽃인 변사는 구성진 해설로 관객을 열광시키는 한편, 영사기사에게 상영 속도 조절을 지시했던 극장 ‘무대의 왕’이었다.

“타민족이 대다수이더군요. 한국 상영 때와 비슷한 부분에서 폭소가 터지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조희봉씨는 극단 비파에서 ‘이발사 박봉구’‘로빈슨 크루소의 성생활’ 등 연극과 영화 ‘범죄의 재구성’‘시선’‘홍길동의 후예’ 등에 출연했다.

1934년 안종화 감독이 연출한 ‘청춘의 십자로’는 농촌에서 상경한 오누이가 경성에서 겪는 사랑과 배신, 복수전을 담은 작품으로 멜로드라마, 코미디에 액션 등 다양한 장르가 녹아있다.

'청춘의 십자로’를 현대판 변사 공연으로 실현시킨 총연출자는 김태용(40) 감독.

“2년 전 네가필름 상태로 발굴되어 복원한 필름과 다섯 줄의 스토리만 갖고 새로 이야기를 썼습니다."

연세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를 전공한 김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 13기를 마친 후 호주국립영화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가족의 탄생’ 등을 연출했다.

‘청춘의 십자로’의 변사 공연이 처음 열린 것은 지난해 5월 영상자료원 개관 영화제였다. 이후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제천, 해이리, 충무로 영화제에서 상영됐다. 그리고 뉴욕영화제의 초청으로 첫 해외 상영회를 열게된 것이다.

“한국에선 디지털 시대 젊은 층의 반응이 뜨거워서 놀랐습니다. 미국 순회 공연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들은 5일 예일대학교에서 변사 공연을 연 후 한국으로 돌아갔다.

박숙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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