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리’는 결혼 14년 차에도 에로틱한 관계를 유지하는 부부의 블랙코미디다. [Saban Films]
톰(조엘 맥케일)과 자넷(케리 비쉬)은말 그대로금실 좋은 부부다. 결혼한 지 14년이 지났어도 이들은 지금도 (아직도?) 서로에게 성적 매력을 강하게 느끼며 마치 신혼부부의 허니문을 즐기듯 서로를 원한다. 때로는 공공장소에서도 자신들의 에로틱한 면모를 서슴지 않고 드러낸다. 그 도가 지나쳐 주변 사람들의 빈축(질투)을 살 정도다. 성을 주제로 한 코미디로 최적의 설정이다. 그러나 ‘해피리’는 단순히 코미디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영화는, 굿맨이라는 이름의 신사가 톰과 재닛의 집을 방문하면서 한동안 서스펜스의 분위기로 흐른다. 정부 관료처럼 보이는 굿맨은 이들 부부에게 뭔가 ‘이상한 증세’가 있으므로 주사약을 투약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이상 증세란 톰과 재닛의 서로에 대한 지나친 성적 욕망이다. 굿맨은 이들이 투약에 동의하면 엄청난 액수의 돈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남녀 간의 정열이란 결혼의 과정을 거치면서 식어간다는 사람들의 통념에, 톰과 재닛은 아내와 남편이 서로를 정열적으로 사랑하는 게 뭐가 그리 이상한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톰과 재닛에 반하는 전혀 에로틱하지 않은 모습의 커플들을 등장시켜 상대적으로 행복하지 않은 그들의 질투심을부각한다.
굿맨의 방문을 계기로 톰과 재닛은 자신들의 상태를 점검해보기로 한다. 그리고 자신들을 바라보는 친구들의 마음이 부러움인지, 질투인지 아니면 진정한 의미의 우려인지를 시험해보기로 한다. 톰과 재닛 부부와 여러 명의 친구 커플들은 호화 저택에서 주말을 함께 보내며 14년 차 커플의 ‘이상 증세’에 대하여 흥미로운 토론과 검증을 그들의 방식으로 진행한다.
‘해피리’는 신예 벤데이비드그래빈스키의 감독 데뷔작이다. 영화가 굳이 특정한 장르의 형식을 따라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그는 ‘해피리’에서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시도한 느낌이 없지 않다. 이는 젊은 감독들의 데뷔 작품에서 흔하게 보는 현상이기도 하다. ‘해피리’에는 다크 코미디, 미스터리, SF의 분위기가 두루 섞여 있다.
맥케일과 비쉬를 비롯한 올스타 캐스트들이 전개해 나가는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 수시로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장면들 유머로 꼬여있는 대사들로 가득하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굿맨을 만난 후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공포 속에서도 코믹한 분위기를 잃지 않는 비쉬의 연기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