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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달맞이꽃

New York

2021.03.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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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놓은 틀니를 찾다가 이내 길을 잃고

돋보기를 찾겠다고 서성이는 어머니

흐느적거리며 녹아가는 어제를

휘적휘적 노 젓는다.



하얗게 증발하는 소금밭 염기처럼

시간의 한 때가 날아가고

생의 계단에 매복되어 있던 습한 기운만

좀먹는 기억들을 끌어안고

토닥, 토닥, 토닥



무엇이든 얼려야 한다는 고집은

액화에 대한 두려움일까

냉동고에서 전리품처럼 얼고 있는

명이나물, 술떡, 어리굴젓.



다 잊어도 아들의

생일만은 잊지 않고

식성만은 잊지 않고

샛강 둔덕 위에 전설로 떠 있는

환한 얼굴


조성자 / 시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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