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모두가 잠들어 있는데 부엌 문 밖에 바스락 기척에 놀라 살피니 스산한 바람을 타고 뒹굴며 찾아온 낙엽 손님의 수줍은 노크가 나의 가슴을 설레이게 만드는 가을 아침이다.
지난 여름 훌쩍 내 키 만큼 커버린 아들녀석의 몸집에 이젠 작아져 버린 낡은 자전거가 제 발밑에 낙엽들을 막아놓고 덩그러니 비켜 서 있다.
보조 바퀴를 떼어내고 아들 혼자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그 날의 감격을 나처럼 회상이라도 하는 걸까.
추석 전에 토란이 하도 토실토실하여 넉넉히 사두어 토란탕을 끓여 먹고 남은 토란 몇알을 햇볕에 잠시 말린다. 이렇게 하면 겉면에 흙이 잘 말라 깨끗이 손질이 되고 미끈미끈한 점액질도 덜 나와서 껍질깎기가 수월해진다.
토란의 끈끈한 물질은 수용성 섬유소이며 즐겨 먹으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려 주고 변비예방에 도움이 된다. 토란의 아린 맛과 눈을 제거하기 위해 조금 두껍게 깎은다음 백반가루에 문질러 씻거나 쌀뜨물에 담가 놓는다. 사실 토란은 쇠고기보다는 닭고기와 곁들여 요리하는 편이 더 어울리는데 닭고기 갈은 것을 걸쭉하게 중화풍 소스로 만들어 색다르게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