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학자를 ‘그’라고 하면 안 되나요.” “‘그’는 주로 남성을 가리킵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3인칭 대명사로 쓸 수 있습니다.”
한국국립국어원 가나다 전화방에는 연 평균 3만5000여 건의 우리 말에 관한 질문이 쏟아진다. 과연 우리 국민은 한국어에서 어떤 것을 가장 궁금해할까. 또 무엇을 헷갈리게 쓰고 있을까.
오늘(9일)은 한글날. 2000년 서비스 개시 이후 10년간 밀려들었던 가나다 전화방 궁금증 가운데 ‘알쏭달쏭 한국어’ 10개를 간추렸다.
①없음/없슴=‘없음’이 맞고 ‘없슴’은 틀리다. ‘없다’는 어간이 받침으로 끝났기 때문에 명사형 어미 ‘-음’으로 활용한다. 참고로 ‘없습니다’와 ‘없읍니다’의 경우 1988년 개정 표준어 규정에 따라 종결어미 ‘-읍니다’를 버리고 ‘-습니다’를 표준어로 삼게 됐다. 흔히 ‘없습니다’와 ‘없슴’을 관련 지어 사용하지만 ‘-음’과 ‘-습니다’는 관계가 없다.
②-(으)ㅁ으로(써)/-므로=“당신이 있음으로 내가 있다”와 “당신이 있으므로 내가 있다” 중 어떤 게 맞을까. “당신이 있다. 그러므로 내가 있다”에서 보듯 까닭이나 근거를 나타내는 연결어미는 ‘-으므로’로 표현하는 게 적절하다.
③이에요/예요=‘최고에요’와 ‘최고예요’ 중 ‘최고예요’가 맞다. 명사 ‘최고’에 서술격 조사 ‘이-’와 어미 ‘-에요’가 결합된 ‘최고이에요’가 축약된 말로서, ‘최고예요’라고 적어야 한다.
④-오/-요=‘예’ 또는 ‘녜’의 반대말은 ‘아니요’라고 적는다. ‘아니요’는 감탄사 ‘아니’에 존대를 나타내는 ‘요’가 붙은 꼴이다. ‘아니오’는 형용사 ‘아니다’의 어간 ‘아니-‘에 하오체의 어미 ‘-오’가 붙은 형태다. “이것은 책이 아니오” 같이 서술어로만 쓰인다. 윗사람이 묻는 말을 부정하는 대답이라면 ‘아니요’라고 한다.
⑤되어/돼=‘돼’는 ‘되다’의 어간에 종결어미 ‘-어’가 붙어 된 ‘되어’가 축약된 말이다. ‘-어’가 들어가서 어색하면 ‘되-’를, 자연스러우면 ‘-돼’를 쓴다. “몸매 되지, 얼굴 되지”에서 ‘되어지’는 어색하므로 ‘되지’로 적는다. “그 사람 잘 돼 있다”는 ‘되어’가 자연스럽다.
⑥로서/로써=‘로서’는 자격을, ‘로써’는 수단을 나타내는 조사다. “읽기·글쓰기·말하기 통합으로서의 독서토론 수업계획안” “의협과 용기로써 사건에 대처하자” 등으로 구분해 사용한다.
⑦만듦/만듬=‘만듦’이 옳다. 명사형 어미는 보통 어간이 받침이 있는 말로 끝난 경우에는 ‘-음’을, 받침이 없는 말로 끝난 경우에는 ‘-ㅁ’을 결합한다. ‘만들다’와 ‘가다’의 명사형은 각각 ‘만듦’과 ‘감’이다.
⑧율/률=국어시간에 숱하게 배웠던 것이다. 앞말이 받침이 있는 경우(합격률)에는 ‘률’로, ‘ㄴ’ 받침이나 받침 없이 끝난 경우 ‘율’로 적는다. ‘ㅇ’도 받침이므로 ‘공정률’이 옳다.
⑨-ㄹ게/-ㄹ께=“내가 ~할게/께” “돌아볼게/께” “언제 할 거야/꺼야” 중 “할게” “돌아볼게” “할 거야”가 맞다. 의문을 나타내는 경우가 아니면 ‘ㄹ’ 뒤에서 된소리가 나더라도 ‘-(으)ㄹ거나’ ‘-(으)ㄹ걸’ 등 예사소리로 적는다.
⑩안/않(다)=‘않-’는 어간 ‘아니하-’의, ‘안’은 부사 ‘아니’의 준말이다. 예를 들어 ‘먹지 아니하다’는 ‘먹지 않다’로, ‘아니 먹다’는 ‘안 먹다’로 표기한다. 양자는 소리로 구분이 잘 되지 않아 흔히 표기에 혼란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