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흥망에 투영된 ‘소비되는 여성’
니나 우(Nina Wu)
![‘니나 우’는 여성을 소비하는 영화산업의 어두운 면을 그린 심리극이다. [Film Movement]](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originals/2021/11/12/182102633.jpg)
‘니나 우’는 여성을 소비하는 영화산업의 어두운 면을 그린 심리극이다. [Film Movement]

시골 극단에서의 하찮은 배우 경력을 뒤로하고 스타가 되려는 꿈을 실현하기 하기 니나(케이시 우)는 대도시로 떠난다. 8년여를 무명으로 지내던 그녀에게 드디어 주연의 기회가 찾아온다. 전라로 촬영해야 하는 조건과 까칠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감독이라 주저하지만, 영화계와 언론이 주목하는 작품이라 니나에게는 스타로 부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촬영이 시작되고 감독은 종종 그녀를 한계 상황으로 몰아간다. 촬영 기간 중 영화가 주는 중압감에 압도되어 니나의 자의식도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촬영이 끝이 날 즈음 니나의 정신 상태는 극도의 스트레스로 붕괴 상태에 이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이 나타나 자신을 스토킹하고 있다는 망상이 그녀를 괴롭힌다.
‘니나 우’에는 상당히 복잡한 니나의 어린 시절 사연들이 얽혀 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어머니의 병환으로 정신 불안 증세를 보이던 니나는 어린 시절의 친구 키키와의 동성애 관계에서도 배반을 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맡게 된 영화의 여주인공조차도 니나의 내면에 상처를 입힌다.
영화 속 영화 안에서 니나가 배우로 소비되어 가는 동안 영화 밖 니나의 영혼은 남성 중심의 권력과 돈이 지배하는 냉혹한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서서히 찢기어 나간다.
‘니나 우’는 ‘미투 운동’이 모티브인 듯 보인다. 주인공 니나 역의 배우 케이시 우가 각본을 썼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 여성을 스타로 만들고 실컷 소비한 후 다시 그 여성을 파멸시키는 영화산업의 냉정하고 잔인한 속성은 어쩌면 배우 자신이 직간접으로 경험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보여주는 자(감독, 작가)와 보는 자(관객)의, 시각 차이의 경계가 모호하다.
대만 감독 미디 지와 여주인공 니나 역의 케이시 우가 공동으로 각본을 썼다. 2019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초청작.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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