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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불빛의 비밀은…

New York

2009.10.1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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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일·크리스마스 등 시즌마다 달라…타워 상·중·하 3섹션서 모두 8가지 색 비춰
맨해튼의 밤을 장식하는 고층빌딩의 불빛들, 그중 뉴욕의 상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ESB, Empire State Building) 타워의 변모하는 색색 조명은 밤의 미스터리를 더한다.

불꽃놀이가 성대하게 펼쳐지는 독립기념일엔 블루·레드·화이트의 성조기 색이 불꽃놀이와 함께 기쁨의 밤 하늘을 수놓는다. 양키스가 우승하는 날이면 블루와 화이트 조명으로 말없이 뉴요커와 자축하며, 크리스마스 시즌엔 레드와 그린으로 할러데이 기분을 낸다. 블루·레드·그린·옐로·화이트에서 오렌지·퍼플·핑크까지 ESB의 변화무쌍한 색색의 불빛에는 이유가 있다.

한인타운 인근의 위풍당당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돋보이게하는 조명의 수수께끼를 푼다.

이념 논쟁=최근 ESB의 타워가 빨강과 노랑의 불빛을 발산하자 논란이 일었다. 중국 건국 60주년을 기념해 밝힌 이 불빛은 ‘자유의 나라에서 사회주의를 승인하는 제스추어와도 같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날 빌딩 로비에는 티베트 지지자들 수십명이 모여 ‘60년간의 티베트 탄압을 축하하느냐’며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할러데이 시즌의 조명도 흥미롭다. 기독교의 명절인 크리스마스의 컬러는 레드와 그린이다. 유대인 명절 하누카의 상징색은 블루와 화이트다. 비슷한 시기에 겹치는 명절에 중용을 지키기 위해 ESB은 동서남북의 조명을 공평하게 나누어 쏘아댄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할러데이 시즌’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2월 초 록펠러센터는 할러데이를 기념해 수만개의 전구가 달린 트리 점등식을 한다. 트리의 색깔도 레드·그린·옐로에 블루가 팽팽하게 많아지고 있다. 한국에서처럼 ‘Merry Christmas!’라고 쓰여진 성탄절 카드를 찾기 힘든 것도 유사한 이유에서일께다.

불빛의 역사=TV가 발명되기 전, 1932년 11월 프랭클린 D. 루즈벨트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 뉴스를 알리기 위해 바로 당시 세계 최고(最高) 빌딩인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의 꼭대기에서 봉화와 같은 서치라이트를 사용, 50마일 바깥 사람들에게까지 전달됐다.

1956년 돌아가는 봉화 ‘자유의 불빛(Freedom Lights)’이 설치돼 입국을 환영함과 동시에 미국인들의 기회와 희망, 그리고 평화를 상징하는 불빛이 된다. 1964년 4월 꼭대기의 30층에 새로운 플러드라이트을 사용해 ESB를 밤하늘의 랜드마크로 만들면서 뉴욕 세계박람회의 시작을 환영했다.

1976년에 와서 컬러 조명이 등장한다. 미 건국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성조기 색깔인 레드, 블루, 화이트가 사용된다. 이듬해 10월엔 양키스가 월드 시리즈에서 승리하자 블루와 화이트 조명이 비추었다.

이후로 ESB의 조명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국경일이나 뉴요커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색색의 조명이 도입되고 불을 밝히게 된다.

색색의 라이팅=타워의 상·중·하 세가지 섹션의 불빛을 바꾸는데는 4명의 전기기사가 올라가 작업하는데, 짓궂은 날씨에는 최고 6시간이 걸린다.

상·중·하에 모두 켤수 있는 조명은 레드·블루·옐로·그린·화이트의 5가지 색이다. 상·중에는 오렌지·핑크·퍼플색 조명이 가능하다.

해마다 ESB는 밸런타인스데이(레드·핑크·화이트),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그린·그린·그린), 부활절(그린·핑크·옐로), 크리스마스(레드·그린·그린) 등 할러데이에 축하하는 불빛을 품어내고 있다.

지난 12일 컬럼버스데이에는 탐험가 컬럼버스의 출신국인 이탈리아의 국기 색깔인 그린·화이트·레드의 조명이 켜졌다. 31일 핼로윈데이에는 오렌지·블랙·화이트의 ESB 조명 아래에서 핼로윈 퍼레이드가 펼쳐질 예정이다.

철새 이동 시즌 안개낀 날에 빌딩 조명을 끈다. 철새들이 빌딩에 충돌해 떼죽음을 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기념일 신청=세계적으로 유명한 ESB에 조명을 신청할 수 있다. 특별한 날, ESB의 축하의 불빛으로 널리 알리려면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를 받아 신청하면 ESB와 라이팅 파트너즈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승인된다.

지난해에는 메이시 백화점 150주년(레드·레드·레드), ‘위키드’ 뮤지컬 5주년 공연 기념(그린·그린·그린) 등이, 올해엔 링컨센터 50주년 기념(퍼플·오렌지·화이트), 컬럼비아대학교 졸업식(블루·화이트·블루) 등이 기념됐다.www.esbnyc.com.

숫자로 본 ESB

▶높이: 1454피트
▶공사 기간: 1년 45일
▶공사 비용: 2471만8000달러(땅값 제외)
▶단층 면적: 7만9288평방피트(약 2에이커)
▶층수: 103
▶계단수: 1860개
▶무게: 36만5000톤
▶창문: 6500개
▶엘리베이터: 73개(속도는 1분당 600∼1000피트)
▶세계 최고 빌딩 유지 기간: 1931년(이전/크라이슬러)∼1973년(이후/월드트레이드센터)
▶쓰레기: 매월 100톤
▶빌딩관리 직원: 250명

박숙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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