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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경영자 릴레이 인터뷰-10]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잘하는 것만 했더니 어느새 순이익 업계 1위"
보험의 요체는 사랑·정의·행복
"젊어서 돈 벌어 늙어서 잘 살자" 수익성과 사회책임 함께 추구해야

2000년 4월 충남 천안 교보생명 연수원(계성원). 대강당을 가득 메우고 전략회의를 열고 있던 교보생명 임직원들이 웅성거렸다. 한창 강연 중이던 신창재 회장도 연설을 중단했다. 대형 스크린에선 ‘교보생명 부도’라는 자막과 함께 앵커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장내는 숨이 막힐 듯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잠시 뒤 가상 뉴스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신 회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극비리에 준비한 ‘깜짝쇼’였다. 그러나 누구 하나 웃지 않았다. 그만큼 교보는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1998년 외환위기 후 2~3년 동안 자산운용 손실은 2조4000억원에 달했다. 창사 40여년 만에 맞는 최대 위기였다. 신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변화와 혁신이 아니면 죽는다”고 역설했다.

이후 9년, 교보의 상황은 극적으로 변했다. 교보는 2008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 2916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교보는 98년 외환위기와 최근 세계 금융위기라는 두 번의 큰 위기를 잘 건너왔다. 감회가 남다르겠다.

"외환위기 때는 참 아슬아슬했다. 다른 회사는 공적자금도 받았지만 우리는 홀로서기를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그게 회사와 나를 채찍질했다. 힘들었지만 그만큼 회사의 체력이 단련됐다.

2~3년 전 시장이 변액보험 위주로 쏠릴 때 내부에선 '우리는 왜 적극적으로 하지 않느냐'는 불만도 많았다. 그러나 우리가 잘하는 것만 하자고 했다. 그래서 보장성 보험에만 집중했다. 금융위기가 오자 '우리의 전략이 옳았다'는 것이 입증됐다."(교보는 올해 4~6월에도 896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외환위기 때는 자산운용에서 대규모 손실을 보는 바람에 매우 어려웠다. 지금은 어떤가.

"최근 5년 동안 대형 3사(삼성.대한.교보생명) 중 자기자본 이익률(ROE)은 우리가 가장 높다. 특히 지난해는 엄격하게 위험관리를 했던 게 주효했다. 우량자산 중심으로 잘 아는 곳에만 투자한다는 원칙을 지켰다.

많이 버는 것만큼 잘 지켜내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지표인 ROE는 회사가 빚이 아닌 투자자의 돈(자기자본)으로 얼마나 많은 이익을 올렸는지 보여준다. 교보의 최근 5년간 ROE는 평균 22.2%에 달했다. 1000원을 투자하면 222원을 벌었다는 뜻이다. 반면 경쟁사의 ROE는 대개 10% 전후에 머물렀다.

-2015년까지 자산 100조원 달성이란 목표를 제시했는데.

"외형 성장에 초점을 두겠다는 뜻은 아니고 목표가 그렇다는 의미다. 물론 외형도 중요하지만 수익성이 없는 외형은 거품이다. 외형도 챙기고 수익성도 높이고 고객도 만족시키고 사원.투자자에게도 좋도록 균형을 맞춰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회사에선 이를 '좋은 성장'이라고 말한다."

-기업이 돈도 벌고 이해 관계자를 모두 만족시킨다는 것이 양립하기 어려운 게 아닌가.

"기업의 책임은 성장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1단계는 돈을 벌어 사원들이 먹고 살고 고객과 투자자에게 도움을 주는 '경제적 책임' 단계다. 이를 넘어서면 사회 구성원으로서 법규와 제도를 정직하게 준수하는 '윤리적 책임'의 2단계가 나온다.

마지막 3단계가 사회공헌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공헌 책임'이다. 우리 회사는 앞의 두 단계는 넘었고 이제 사회공헌 책임 단계에 왔다. 물론 기업은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다. 돈도 못 버는데 사회에 공헌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고객사들에 '다윈(DA-Win)'이란 이름으로 고객만족 컨설팅을 하고 있다. 반응이 좋다고 들었다.

"고객만족 경영에 힘쓰다 보니 능률협회에서 5년 연속 대상을 받아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이후 고객만족 경영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다른 회사와 노하우를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무료다. 경찰청.국세청 같은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병원.일반기업 등에 서비스 차원으로 컨설팅을 해드린다. 이것이 보험계약과 연결되기도 하니 회사로선 선순환이다. 담당 컨설턴트가 24명이 있는데 해달라는 곳이 많아 아우성이다."

-선친(신용호 창립자)에 이어 교보의 CEO를 맡은 게 10년째다. 이제는 (보험)업에 대한 나름의 관이 생겼을 것 같다.

"2000년부터 전문경영인과 파트너로 경영했고 단독 대표이사로 책임을 맡은 것은 2006년부터다. 2000년에는 약 1년6개월 동안 모든 임직원이 머리를 맞대고 우리 업의 본질이 뭔지 고민했다. '만일 우리 회사가 사라지고 생명보험이 없어진다면 이 사회는 무엇이 아쉬워질까'하고 물었다.

그때 만든 것이 '우리의 사명은 모든 사람이 미래의 역경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도와드리는 것입니다'라는 교보인의 비전이다. 보험의 요체는 결국 '사랑과 정의'다. 윤리경영이나 사회책임.지속가능 경영이란 것도 다 같은 뜻이다."

-경영 스타일에선 감성적이라는 평이 많다. 직원들 앞에서 기타 치며 노래도 하고 장애인 체험이나 자원봉사도 열심인데.

"나는 로봇이다. 밑에서 시키는 대로 다 한다.(웃음) 사실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 무슨 일이든 하게 된다. 다른 회사에선 회장이라면 제왕처럼 통치하는 사람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본다.

'황제 경영'으로 회사가 유지되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나라면 그런 회사엔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회장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카리스마가 강하면 직원들이 회장의 눈치를 보지 회사의 발전을 고민하지 않는다. 그런 회사는 오래가지 못한다."

-술.담배.골프를 끊었다고 하던데.

"술은 원래 즐기는데 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위장병이 생겼다. 골프는 선친이 돌아가시고 LG카드 문제 같은 복잡한 일들이 한꺼번에 겹쳐 시간을 내지 못했다. 앞으로 여유가 생기면 골프는 좀 치려고 한다. 요즘엔 헬스클럽에서 뛰거나 근육운동을 한다.

근육운동을 하다 보면 수축과 이완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한쪽 근육만 챙기면 꼭 몸살이 난다. CEO는 대나무 막대기를 들고 외줄 타기를 하는 균형의 예술가와 같다. 끊임없이 조화와 균형을 생각해야 한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2006년 무렵이다. 암보험 등 건강보험 상품에서 엄청나게 많은 돈이 부당하게 새고 있었다. (암에 걸린 뒤 이를 숨기고 보험에 드는 식의) 부당 가입자도 많았고 잘못 지급되는 보험금도 많았다. 업계 전체로 보면 이렇게 누수되는 돈이 한 해에 3조원 정도 된다."

-은행업에도 관심이 있다고 했는데.

"은행을 하면 방카슈랑스 등 고객 확보에 시너지(상승) 효과가 있다. 그러나 기회가 쉽게 올지는 모르겠다. (은행 인수를 위한) 돈은 만들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무디스가 평가한 우리 회사의 신용등급은 A2로 국가 신용등급과 같다. 지난해 금융위기에도 등급이 내려가지 않았다. 이 정도면 해외에서 상당히 좋은 조건에 자금을 빌릴 수도 있고 컨소시엄으로 투자자를 유치할 수도 있다. 금융은 신용이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의 2대 주주인 대우인터내셔널이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경영권 유지는.

"어떤 주주가 올까 하는 관심을 갖는 정도다. (지분이 충분해) 경영권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

Who?

1953년 서울생. 고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장남이다. 경기고,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서울대병원에서 산부인과 교수 겸 의사로 근무했다. 96년 부친의 권유로 의사·교수를 그만두고 교보생명 이사회 부회장을 맡아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2000년 대표이사 회장을 맡아 회사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인간적인 친근감이 느껴지는 따뜻한 리더심으로 착실한 성장을 이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보생명이 세운 공익재단인 대산문화재단의 이사장도 맡고 있다.

이정재.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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