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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상] 상민으로 과거 급제한 조선시대 소년 이야기

New York

2009.10.1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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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온경/도서미디어 교사(SLMS)롱아일랜드 데이비슨 초등학교
책 제목: The royal Bee (과거제도)
저자: Frances Park and Ginger Park
출판일: 2000년 초판 발행
대상: 8~12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배움을 통해 가난을 극복하고 훌륭한 인물로 성장한 이야기는 늘 훈훈함을 준다.

미국에서 누구나 고교까지는 무료로 공립학교에 다닐 수 있으며 대학에 가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영주권·시민권자 학생들에게는 재정보조를 통해 무사히 학업을 마칠 수 있게 돕는 제도가 있다.

그러나 100년 전 조선에서는 양반 자제만이 서당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모든 교육을 마치고 관리가 되려면 과거에 합격해야 했는데 양반이 아닌 상민들에게 과거시험에 응시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던 것이다.

이야기의 주인공 송호는 홀어머니와 어렵게 살면서 상민이라는 신분 때문에 글을 배우고 싶어도 서당에 갈 수 없었다. 어느 날 냇가에서 허드렛 일을 하던 송호는 낭랑한 종소리에 이끌려 산 속으로 발길을 옮기다 서당 앞에 이르렀다.

창호지 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는 훈장님과 양반 자제들의 모습을 보고 있던 송호는 인기척 소리에 문을 열고 나온 훈장님과 대면한다. 용기를 내어 훈장님에게 배움의 기회를 달라고 정중히 말해보지만 그의 대답은 예상대로 “안된다”였다.

배움에 대한 열정에 목마른 송호는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 서당 앞에 서서 창호지 문에 귀를 대고는 훈장의 가르침을 마음 속에 새긴다. 그 후로 매일같이 빠지지 않고 서당 밖에서 귀를 기울이며 조선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송호를 갸륵히 여긴 훈장은 송호가 잘 들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더욱 높인다.

어느 덧 계절이 바뀌어 겨울이 되고 문 밖에서 듣고 있는 송호의 귀가 꽁꽁 얼어 붙자 조용히 문을 열고 나온 훈장은 송호를 문 안으로 들어오라 하는 것이 아닌가.

훈장이 남루한 옷차림의 송호를 양반 자제들에게 소개하자 그들은 한 명씩 송호에게 그동안 배운 내용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모든 대답을 척척 해내는 송호의 박식함을 깨달은 훈장과 양반 자제들은 송호를 정식으로 받아들인다.

그 날부터 송호는 서당에서 양반 자제들과 함께 열심히 공부했다. 훈장은 곧 다가오는 과거시험에 대해 설명하면서 서당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과거시험에 나갈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며칠 후 급우들인 양반 자제들이 송호에게 값비싼 비단옷을 선물하며 송호에게 과거급제를 하고 돌아오라고 격려한다. 이 서당에서 가장 명석한 송호가 가야 한다며 우정을 보인 것이다.

드디어 훈장과 함께 과거장에 도착한 송호는 시험관들 앞에서 전국에서 뽑혀온 쟁쟁한 참가자들과 겨루면서 문제를 풀기시작한다. 마지막 경쟁자와 남은 송호는 그동안 자신을 뒷바라지한 어머니와 상민 출신의 자신을 서당에 받아준 훈장에 대한 감사함을 애틋한 시로 표현했고 과거에 급제했다.

이 이야기는 작가들의 할아버지가 겪었던 실화다.

19세기 말에 태어난 그가 가난과 신분 때문에 못하던 공부를 훈장의 도움으로 할 수 있게 됐고 드디어 과거에 급제한 후에는 고급 관료의 집에서 가정교사로 일했다. 그 후 미국 선교사의 영향으로 평양의 한 신학교에서 공부하고 목사가 되어 아내와 함께 중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다고 한다.

영문으로 쓰인 이 이야기를 통해 친자매인 두 작가는 독자들에게 조선시대의 과거제도와 신분제도를 소개하면서 21세기 미국에서 자라나는 우리 자녀들에게 시공을 초월한 불변의 진실을 들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누가 강요해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공부가 참공부라는 점과 배움에는 왕도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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