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기동취재] 1.바둑도박으로 가산 탕진한 이씨 스토리

Los Angeles

1998.07.24 00:0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한인사회에 도박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사실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LA인근의 카지노장과 골프장 등지에서 공공연히 벌어지던 도박은 최근 오락으로 즐기는 바둑으로까지 번져 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한인들에게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일부 한인들의 바둑도박은 단순한 ‘내기 바둑’차원이 아니라 전문 도박의 선을 이미 넘어선 심각한 상태였다.

바둑도박으로 힘들게 모은 재산을 모두 날리고 마약·도박중독자 재활센터인 ‘사랑의 집’을 찾았던 40대 원생의 기막힌 스토리를 듣고 곽동청목사가 한인사회에 도박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본보로 제보해 옴에 따라 ‘바둑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한인사회의 도박병’을 취재하게 됐다.

  밸리에 거주하는 크리스 이씨(가명·40)는 한때 LA인근에 제법 큰 자동차 관련 비즈니스를 소유했던 잘나가던 비즈니스맨이었다.

아마 초단의 바둑 실력을 갖고 있는 이씨는 가끔씩 타운에 있는 기원을 찾아 바둑을 두며 비즈니스로 골치아픈 머리를 식히곤 했다.

기원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자연스레 판당 5-10불 짜리 심심풀이 내기 바둑을 두던 이씨는 판돈이 몇백달러가 걸린 내기 바둑판에서도 제법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의 바둑실력을 눈여겨 본 한 기원동료의 소개로 이씨는 3년전부터는 아예 고급호텔이나 가정집과 같은 은밀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전문 바둑도박판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른바 ‘하우스’라 불리우는 도박현장에는 장소를 제공하는 하우스장과 도박자금을 빌려주는 전주, 그리고 3-4명의 전문 내기바둑꾼들이 모여 1주일에 2-3일은 꼬박 날밤을 샜다.

이씨가 주로 벌인 바둑도박은 ‘방내기’. 즉 집의 수에 따라 내기 돈을 달리하는 것으로 보통 10집 단위인 1방당 5백달러 짜리 내기바둑이었다.

상대방들은 이씨 보다 단수가 4-5단이 높은 고단자들이었으나 실력차이 만큼 핸디캡을 계산해 줘 대적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이씨는 판단했다.

사실 이씨는 지는 경우 보다는 이기는 때가 훨씬 많았다.

그러나 막상 도박장을 나서며 돈을 계산해 보면 적자이기가 일쑤였다.

2판 정도를 1-2방 정도 차이로 이겨도 그 다음판에서 만방(1백집 이상)으로 깨지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물어 내야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하우스비와 도박빚의 선이자 까지 제하고 나면 수중에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한번의 바둑으로 승부를 내는 ‘판내기’를 벌일라 치면 만만히 보이던 상대방들은 더욱 거세게 나와 남은 돈마저 털려야 했다.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도박빚을 감당하지 못한 이씨는 자신의 집과 비즈니스를 저당잡혀 재융자를 받았고 그 돈마저 도박판에 쓸어 부었다.

이씨는 결국 60만달러 상당의 비즈니스와 30만달러 짜리 집을 모두 처분하고 가족들과 타운내 허름한 1베드룸 아파트로 옮겨야 했고 두달전엔 부인의 간곡한 호소로 사랑의 집 농장에 입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씨는 6개월간의 교육과정을 채 마치지도 못하고 농장을 내려갔다.

다시는 바둑도박에 손대지 않겠다고 굳은 결심을 했던 이씨였지만 그동안 날린 본전 생각이 아쉬었던 모양이었다.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