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수필에서 흰쌀대신 두부나 콩이 그의 주식이라고 한 글을 읽은 것이 계기가 되어 건강을 위해 한달전부터 그저 단순히 흰쌀에서 두부와 콩으로 나의 주식을 바꾸었다.
식구들 다 내보내고 순두부를 데쳐 다시마 국물을 조금 붓고 다진 파와 간장을 뿌려 먹다 보니 건강히 장수하셨던 와세다대를 나오신 외할아버지가 떠오른다. '더 먹고 싶을때 수저를 내려 놓거라' 왠지 한 입 떠 넣은 뜨거운 두부가 가슴에 묵직해져 눈물이 핑 돈다.
어릴적 외할아버지가 오신 다음날 아침 엄마가 오빠에게 냄비를 쥐어주면 까까머리 오빠는 털모자에 졸리운 눈 감추고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순두부를 사오는데 생각해 보니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유도후' 라는 일본식 두부요리를 아침마다 드시곤 하셨던 것 같다. 그무렵 나의 독차지였던 온돌 아랫목은 어김없이 외할아버지를 위한 청국장을 띄우는데 양보해야 했었던 일도 새삼 그리운 정경이다.
한달 사이 두부와 콩으로 몸에 군더더기 살이 쑥 빠진 내 모습을 보며 식도락의 유혹과 절제의 미덕 사이에서 오늘도 승리하리라 다짐한다.
물론 마음도 두부처럼 겉은 유연하고 속은 내실있게!
大烹豆腐瓜薑菜 (대팽두부과강채) 高會夫妻兒女孫 (고회부처아여손)
두부와 오이 생강보다 나은 반찬이 없고 부부와 자손들이 모이는 모임보다 좋은 자리는 없다-추사 김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