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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경영자 릴레이 인터뷰-12]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문제없다는 보고 안믿어…모든 해답은 현장에 있다"
쌍용해체는 '외환위기 모범답안' 제대로 다시 평가 받았으면…

김 회장과 인터뷰는 이렇게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현장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그의 경영 스타일을 엿볼 수 있었다. 쌍용건설이 입주해 있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 대한제당 빌딩 10층 임원 회의실, 김 회장은 서류 뭉치 서너 개를 들고 들어왔다. 세 시간 가까이 계속된 인터뷰에서 그는 쌍용건설에 대한 ‘열정’, 한국 건설업의 진로, 쌍용그룹 해체에 대한 소회 등을 진지하게 토해냈다.

해외 부문 실적이 계속 좋아지고 있다.

"해외 사업만 보면 국내 7~8위권이다. 쌍용은 일찌감치 해외에 진출했다. 우리가 미국에 진출한 해외 부동산 투자 1호 회사다. 1988년 미국 디즈니랜드 인근에 매리어트 호텔 건축을 진행했다. 이후 미국 서부에만 세 곳에 호텔을 지었다."

-쌍용은 싱가포르 시장에서 특히 강하다.

"싱가포르는 서울보다 작은 나라지만 연간 건설 시장 규모가 33조원에 이른다. 한국(약 110조원)에 비해 건설 단가가 높다는 얘기다. 현재 계약됐거나 시공 중인 공사만 따지면 우리가 현지에서 2위쯤 한다. 어느 나라든지 택시 운전사에게서 그 회사 얘기가 나오면 성공한 것이라고 하는데 싱가포르 택시 기사에게 '한국' 하면 삼성.현대와 함께 쌍용이 세트로 나온다."

-이런 저력은 어디서 나오나.

"발주처 최고 경영진에게 우리 공사 현장을 와서 보라고 권유한다. 실제로 많은 이가 한국내 우리 현장을 다녀갔다. 지하철 9호선 공사 현장에서 15㎝ 위에 3호선이 지나가고 그 위에 상가가 있다고 하자 모두 깜짝 놀라더라. 이렇게 와서 보면 '꾼'들은 그 실체를 안다.

또 공사 수주전이 있을 때는 직접 발로 뛴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이 '레드 카펫 깔아놓고 부르지 말라'는 것이다. 일 처리는 아래서 다 해놓고 나중에 회장이 와서 폼 재게 하지 말라는 뜻인데 어려운 일이 생길수록 같이 뚫어야 한다.

대형 공사 수주 영업을 할 때는 지금까지 실적은 물론 개인 이력서 회사 조직도 주주 구성까지 모두 공개한다. 2조원 가까이 매출을 올리는 회사의 단출한 조직에 발주처가 또 한번 놀란다. 10여 년 전부터 1인 다역을 해내고 있어서다."

-82년 이후 그룹 회장을 맡았던 4년여를 빼면 줄곧 건설업만 하고 있는데.

"할 줄 아는 게 이것 밖에 없다. 건설업은 실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웃으면서) '그거 내가 한 거야'라고 말할 수 있지 않나."

-건설업의 특징은 무엇인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어떤 정보기술 제품이 기술과 마케팅을 앞세워 삽시간에 세계 시장을 휩쓸 수는 있다. 건설업은 그게 절대 안 된다. 실적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입찰에 초청도 받지 못한다. 지금도 건설협회에서 시공능력 순위를 매긴다. 정부나 단체에서 순위를 매기는 업종이 어디 또 있나."

-건설업을 '피플 비즈니스'라 정의했는데.

"'사람 비즈니스'가 아니라 '사람들이 하는 비즈니스'라는 뜻이다. 건설은 혼자 잘나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팀으로 가야 한다. 요즘은 팀워크는 기본이고 각 분야에서 우수한 인재가 리드도 해야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건설업은 어떻게 포지셔닝해야 하나.

"미국에서 발행하는 ENR이라는 건설 전문지에서 지난 8월 전 세계 건설사를 대상으로 자국을 제외한 해외 사업의 수익성을 평가한 적이 있다. 1~5등까지 선진국 업체가 차지했다. 현대건설이 52위 삼성엔지니어링이 53위였다. 쌍용은 93위였다. 자동차나 조선은 빅5 안에 들고 있는데 건설업은 왜 안 되나. 이것이 우리의 숙제다."

그제야 김 회장은 들고 온 서류 뭉치를 꺼냈다. 선진 건설 업계의 신경영 트렌드 친환경 건물의 경제성 등에 대한 자료였다. "요새 건설업은 EPC(Engineering Procurement & Construction)가 대세다. 설계부터 구매.시공 등 모든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것이다. 해외 건설.플랜트 시장의 70~80%가 이렇다. 그런데 이젠 EPC도 리스크가 있어서 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난달 인천대교 건설 투자를 성사시킨 영국 에이맥(AMEC)의 사미르 브리코 회장을 만났는데 '이제는 국가 단위의 건설 프로젝트 컨설팅 쪽으로 간다'고 말하더라. 캐나다에선 오일샌드(중질유가 포함된 모래) 개발에 나서고 북해 유전 개발에도 투자한다."

-건설업이 지식산업으로 진화한다는 얘기인가.

"바로 그거다. 80년 전 뉴욕 맨해튼에 빌딩을 올릴 때나 지금이나 공법은 유사하다. 그러나 친환경 기술 금융과 연계한 비즈니스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가령 이제 대형 건축물의 경우 LEED(미국 그린빌딩협의회에서 친환경 기준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는 시스템) 인증이 없으면 프레젠테이션도 못 한다. 크게 보면 건설업은 첨단기술의 컨버전스다."

-한국은 무엇이 더 필요한가.

"경험과 네트워킹 분석.판단력이 있어야 한다. 파이낸싱 능력도 아쉽다. 쉽게 말해 시골 유치원 공사하던 업자가 수도권에 아파트 짓겠다고 하면 은행에서 돈을 빌려주겠나."

다시 화제를 쌍용으로 돌렸다. 쌍용은 도로.지하철 등 토목 공사는 물론 '예가'라는 브랜드로 주택 사업에도 진출해 있다. 김 회장은 한국과 해외 사업 비중이 55대 45쯤 된다고 소개했다.

-올해 실적을 전망하면.

"회계 기준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2조원을 넘길 수도 있겠지만 1조8000억원으로 했다. 2015년까지 업계 7위 수주 9조원 매출 7조원 영업이익 7%를 내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그래서 '7977'인데 잘될 것이다."

-워크아웃 겪을 때 고충이 많았겠다.

"특히 한국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내일 모레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회사'라는 흑색선전이 극심했다. 이런 악조건에서 싸워야 했다. 그나마 인수합병(M&A)이 다반사인 해외에서는 사정이 나았다. 아까 말한 대로 주주 명부까지 가져가 회사 사정을 설명했는데 대개는 쉽게 이해하더라."

-쌍용은 한때 한국내 4위 재벌이었으나 외환위기를 견뎌내지 못했다.

"나는 그룹의 회장을 지내기도 한 사람이다. 패장이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기업의 속성상 흥과 망이 있다. 쌍용은 다만 나름대로 '모범답안'이었다고 생각한다. 외환위기 직후 당시 정부가 내놓은 방안대로 쌍용의 해체가 진행됐다. 자발적 M&A 외자 유치 워크아웃의 수순을 따랐다.

쌍용양회는 태평양시멘트 에쓰오일은 아람코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쌍용자동차는 3조4000억원 부채 중 1조7000억원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대우에 넘겼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도 않았다. (친형인) 김석원 당시 그룹 회장은 정도를 따랐다."

WHO?
1953년 대구생. 쌍용그룹 창업주인 고 성곡 김성곤 회장의 차남이다. 대광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77년 쌍용 기획 조정실에 입사해 쌍용건설 이사(82년)를 거쳐 83년 서른 살의 나이에 이 회사 사장에 취임했다.
당시 건설업계 오너 모임엔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고 조정구 삼부토건 회장 등이 참석할 때라 그는 항상 말석에 앉던 ‘막내’였단다.
98년 그룹이 무너졌으나 임직원의 간청으로 쌍용건설을 맡았고 직접 발로 뛰는 영업으로 회사가 워크아웃에서 벗어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해병대에 자원 입대한 몇 안 되는 재계 인물이기도 하다. 나무가 많은 길을 걷는 게 스트레스 해소 비법. 과천 삼림욕장, 우면산, 구룡산 등을 주로 찾는다.
허귀식.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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