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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무명

New York

2021.05.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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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이 가로등을 세우는 까만 하늘가엔

몇 개의 개구리울음이 장난을 친다

소품을 만지듯 켜졌다 꺼졌다 또 켜졌다

나는 못 이긴 척 싫지 않은 기색으로 끌려 나오고

뒤꿈치 여운이 부끄러운지 슬리퍼가 비틀거린다

그래도 당신이라서 몸 단정하게 눈 비비며

반가운 거북이의 언어로 말을 걸어보고

목마른 표범의 동공으로 바르게 응시하다가

숨이 찬 귀를 기울여 듣는다

면담입니까? 상담입니까?

개구리가 날개가 있습니까

그래도 당신이라서 기다림을 감정에 매어놓고

스승도 그림자도 멀리 있는 까만 하늘가엔

별꽃을 털어 개구리는 이정표 없는 시 한 편을 쓴다

개굴개굴 비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나는

장난기 없는 외로움을 두 손에 쥐고

이름 없는 무인도로 되돌아온다.


임의숙 / 시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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