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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인물열전] 레아, 마지막에 웃는 자

이상명 교수 / 미주장로회신학대 신약학

그 첫날 밤 레아는 자신의 생애에 있어서 가장 긴 밤을 보내었으리라. 동생 라헬 대신 신방에 들어가는 레아의 심정은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동생 라헬과 신랑 야곱과 아버지 라반의 얼굴이 오버랩 되면서 자존심이 무너지는 아픔과 미안함과 고마움이 섞여진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마음으로 하룻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으리라.

근친혼이 허용 되었던 고대사회의 풍속에 따라 외삼촌 라반은 7년간 무보수로 머슴처럼 일한 생질 야곱에게 그의 요구대로 둘째 딸인 라헬을 주기로 약정한다.

창세기에 따르면 언니 레아는 외양이 매력적이지 않고 눈도 총기가 없었지만 동생 라헬은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아름답고 눈도 매력적이었던 모양이다.

야곱은 라헬을 처음 만난 우물가에서 단번에 그녀를 알아보고 껴안고 입을 맞추고 소리를 내어 울었다고 한다.

라헬을 본 순간부터 야곱은 속된 말로 '필'이 꽂힌 것이다. 그 후 라헬을 신부로 얻기 위해 야곱은 7년을 수일처럼 여길 정도로 고된 일도 신명나게 했을 것이다.

라헬과 합방하는 날 들 뜬 마음으로 신방에 들어간 야곱은 얼굴을 가린 그 여인과 함께 한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밝은 눈으로 신부를 보았을 때 그는 기겁 했을 것이다.

라반이 신부를 바꿔치기하여 라헬대신 레아를 신방에 들여보낸 것이다. 펄쩍뛰며 분노와 배신으로 어찌할 바 모르는 야곱의 모습을 본 레아의 가슴에는 대못이 박혔을 것이다.

다시 7년간 일한 후 그토록 그리던 라헬을 신부로 얻은 야곱이 레아를 소위 '찬밥'처럼 취급했을 것은 자명하겠다. 짐짝처럼 취급된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생각하며 레아는 속이 얼마나 탔을까.

그러나 한(恨) 많은 여인의 태(胎)의 문을 열어주신 하나님의 은총으로 연거푸 아들을 낳은 레아에게서 이스라엘 왕가와 메시아의 계보를 잇는 생명이 잉태케 되었으니 레아는 이스라엘 역사의 어머니가 된 것이다.

남편의 사랑을 받을 날만을 고대하면서 아들을 생산하던 레아가 네 번째 아들인 '유다'를 낳았는데 그 이름의 뜻처럼 야훼를 찬송하는 여인이 된 것이다. 인간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했던가? 마지막에 함박웃음 지은 여인은 남편 야곱의 사랑을 독차지한 라헬이 아닌 더 큰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한 레아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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