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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소와 짐을 나눠지는 농부처럼

Los Angeles

2009.11.0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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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창호/할리우드 장로병원 부사장
세상에는 참 아름답고 따뜻한 말들이 많다. 사랑 평화 화평 온유…. 그 중에 나는 사랑을 가장 아름다운 말로 여기지만 '배려'라는 말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배려라는 말을 떠올리면 봄햇살처럼 따뜻해진다. 편안해 지는 말이다.

배려라는 말을 생각할 때마다 대지의 작가 펄 벅의 말이 떠오른다. 그녀는 1980년대 중반 한국 방문길에 경주지방을 관광했다고 한다. 여행을 마치고 기자들이 물었다. "무엇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까?" 기자들은 당연히 석굴암이나 불국사라고 대답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뜻밖에도 그녀는 소가 끌고 가는 마차 옆에서 지게에 잔뜩 짐을 지고 가는 시골 농부의 모습이 가장 감명 깊었다고 대답했다.

미국 같으면 짐을 나눠지고 가기는 커녕 냉큼 마차에 올라타고 콧노래를 부르며 갈테지만 한국 시골 농부의 소에 향한 애틋하리만치 따스한 배려의 모습이 그녀에게는 인상깊게 느껴졌던 것이다.

나에게도 인상 깊은 얘기가 하나 있다. 십여년전 부산 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연극관람을 할 때였다. 막이 오르고 오 분 쯤 지나서였는데 어느 여자가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등을 굽히고 걸으면서 좌석을 찾고 있었는데 그녀는 하이힐을 벗어 두 손에 들고 있었다. 그 모습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기억속에 가장 아름다운 배려의 모델로 남아있다.

사실 요즘처럼 사는 것에 쫓기는 가파른 마음들 때문에 생존해야 한다는 절박한 이유 때문에 우리는 남을 도와주고 보살피거나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는 일에 이전보다 더욱 무관심 무신경하다 해서 이전보다 더 상처받고 얼굴을 찌푸리게 된다. 그런 풍경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슬픈 그림자이다. 나만 편하고 좋으면 된다는 극도의 에고이즘이 더욱 팽배해지면서 그것을 치유할 길은 멀어만 보인다.

하지만 잠시 숨을 고르고 뒤돌아 보면 우리의 작은 노력과 연습과 반복으로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는 길은 열려있다. 한 옥타브 낮춰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하기 차례 양보하기 남의 얘기 경청하기 등 이런 것은 모두가 상대방을 남을 생각하는 작지만 큰 배려의 모습이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작가 한상복 씨는 그의 수필집 '배려'에서 그것을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라고 했는데 이것이야말로 마음은 물론 나아가 우리의 가정과 직장과 공동체를 움직이는 파워 원동력이되고 내가 아닌 남을 이해하고 존중케하는 일깨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다가서고 있다.

겨울은 껴안으면 춥지 않듯이 배려하는 마음을 가슴에 담고 안으면 우리의 겨울은 춥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그것은 겨울을 포근하게 해주는 또 하나의 화로 따뜻한 아랫목이 될 것이며 스산한 겨울 바람을 막아주는 좋은 방풍림이 될 것이다. 꺼져가는 불씨를 살려 배려의 장작불을 마음 속에 지펴보자.

도와주고 보살펴주는 배려하는 마음은 소통의 열쇠이며 상쾌한 감동을 유발하고 서로를 행복하게 하는 촉매제다. 그것은 곧 예의를 지키는 것이며 염치를 아는 것이리라. 대접받고 싶으면 먼저 남을 대접해야 하듯이 배려받고 싶으면 먼저 상대방을 배려하자. 신종 플루 바이러스는 더 이상 확산되지 말아야 하지만 배려 바이러스는 얼마든지 전파돼도 좋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배려라는 말은 참 따뜻하고 아름다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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