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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상실 뒤 한 남자가 남편이라고 한다

Los Angeles

2021.05.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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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고 투 마이 헤드
(You Go to My Head)
기억상실증에서 깨어난 다프네에게 제이크는 자신이 그녀의 남편이라 말한다. [First Run Features]

기억상실증에서 깨어난 다프네에게 제이크는 자신이 그녀의 남편이라 말한다. [First Run Features]

연출 방식, 촬영 스타일, 작품의 이미지 등 영화 제작에 동원되는 작가적 기법들은 영화를 대하는 일반 대중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사안들이 아니다. 관객들은 일단 영화를 감상하며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하고 영화의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기도 바쁘다.

평론가들로부터는 극찬을 받았지만, 대중들에게는 관심 밖의 작품이 되어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들을 종종 본다. 이러한 영화들은 대규모 상업영화들 틈바구니에서 눈에 띄기 어렵다. 독립영화 혹은 예술영화 전용 극장의 수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극장 상영에 제한을 받는 독립영화, 예술영화 중에는 진주처럼 빛나는 작품들이 많다.

독립영화, 외국 영화, 예술영화로 구성된 최대 규모의 아카이브를 제공하는 ‘오비드TV’(Ovid TV)는 2019년 이례적으로 독립영화를 전문으로 다루는 8개 배급사가 협업을 이루어 탄생시킨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이다.

2017년 작으로 지난 2월 미국에서 개봉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바로 사라져 버렸던 ‘유 고 투 마이 헤드’가 오비드TV의 새로운 컬렉션으로 올라왔다. 사하라 사막에서 벌어지는 로맨틱 스릴러로 프로듀서로 활동하던 벨기에의 드미트리 드 클레의 감독 데뷔작이다. 모로코 사막에서 촬영된 이 작품은 스탠리 큐브릭류의 세팅 감각과 사파리 풍의 모던함이 영화 전체를 감싸고 있다.

연인과 함께 사하라 사막을 지나다 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하고 홀로 살아나 누군가의 도움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여인 다프네(델핀바포르). 근처에 측량 일을 하기 위해 왔다가 휴식을 취하고 있던 건축가 제이크에 의해 발견된다.

다프네를 진료한 의사는 제이크를 다프네의 남편으로 대한다. 기억상실증이라는 의사의 진단은 제이크에게 묘한 발상을 하게 하는 동기가 된다.

호텔 침대에서의 오랜 잠에서 깨어난 다프네, 그녀 곁에서 병간호를 하는 ‘남편’ 제이크와 처음 상면한다. 젊고 아름다운 다프네의 미모에 매혹되어 버린 제이크는 치밀하게 그녀가 자신을 남편으로 인식하게끔 시나리오를 꾸민다.

제이크의 집. 모던한 건축 양식, 섹시한 의상들이 다프네를 기다리고 있다. 희미하게 스쳐 지나가는 과거의 잔영들이 다프네의 심리 안에서 교묘하게 꿈틀거린다. 남편 제이크와의 이상한 거리감, 그리고 의혹이 뒤엉켜 방황하는 다프네.

그녀를 잃지 않으려는 제이크의 우울함, 그리고 지속하는 성적 판타지. 두 사람의 섹스와 로맨스, 그러나 갈수록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 그 미스터리의 끝은 어디일까.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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