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 사태로 1년간 연기되었다가, 올 7월 23일 해외 관중 없이 개최하기로 결정되었다. 최근 일본 내 확진자 증가로 올림픽을 취소해야 한다는 일본 국내외 여론과 걱정도 만만치않다.
올림픽하면 필자는 단연 88 서울올림픽과 그 당시 도핑(doping)을 하여 세계를 발칵 뒤집고 3일 만에 금메달을 박탈당했던 100m 달리기, 벤 존슨이 생각난다. 그 당시 필자의 약학대학 교수님이, 본인이 벤 존슨을 포함한 선수들의 도핑검사 팀에 있었다고 말씀하신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88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KIST(한국과학기술원)가 세계도핑방지기구(WADA)로부터 정식 도핑 검사센터로 승인되었고, 2021년 현재 전세계에 총 33개의 승인된 도핑 검사 센터가 있다고 한다.
도핑은 일시적인 경기 능력 향상으로 성적을 조작하기 위해 운동 선수가 약물을 복용하는 것을 뜻한다. 1960년대에 덴마크 선수가 흥분제를 사용했다가 경기 도중에 사망한 것을 계기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1968년 동계 올림픽 대회부터 도핑 검사를 공식화하였다고 한다. 운동 선수의 건강을 훼손하고 페어플레이 스포츠 정신에도 위배되기 때문에 IOC 및 각 국제 경기 연맹에서는 도핑을 강력하게 금하고 있다.
도핑방지규정 위반행위는 선수의 고의성에 관계없이 엄격한 ‘선수 책임 원칙’을 채택한다. 즉, 모르고 먹었다고 하더라도 선수가 책임을 져야 하고, 여러가지 까다로운 도핑 방지 규정 사항을 협회 차원에서 실수로 위반하더라도 선수가 제재를 받는다. 한 예로, WADA는 선수들이 보고한 숙소와 경기 일정 정보를 통해 각 선수를 불시에 방문, 약물검사를 하는데,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선수인 이용대 선수도, 소속팀 훈련, 대회 출전 등으로 외부에 있던 시기에, 시스템에 입력된 소재지인 태릉선수촌에 찾아 온 불시 검문단을 만나지 못했다는 등의 다소 억울한 이유로 2014년 국제배드민턴연맹(BWF)로부터 1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한편으로는, 도핑 정보를 주거나 약물을 만들어 주는 전문 도핑 디자이너들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테로이드 등 특정 약물 위주의 초기 도핑에서 나아가 소량의 도핑을 수혈하거나, 운동 능력 향상 유전자를 체내 주입하는 유전자 도핑, 뇌의 특정부분에 전기를 가하는 브레인 도핑 등 도핑 디자이너들의 도핑 수법도 나날이 발전하며 조직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도핑 테스트에 걸리지 않을 정도의 소량의 도핑을 장기간 해 온 것이 들통나 싸이클계의 영웅으로서의 일생의 업적을 박탈당한 랜스 암스트롱. 그의 도핑 시나리오를 따라하는 약물 체험기를 찍으려던 다큐멘터리 ‘이카로스’가 우연히 러시아의 국가적, 조직적 도핑 스캔들을 파헤치게 되면서 드러난 충격적인 폭로로, 러시아 팀은 평창 올림픽 출전을 전면 금지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좋은 성적에 대한 야망으로 도핑까지 손을 뻗는 스포츠 선수들과 그 갈등을 이용해 돈을 버는 도핑 디자이너들, 그리고 어쩌면 1등 밖에 몰라 주는 우리의 인색한 팬심이 합쳐져 스포츠 도핑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건 지도 모른다. 예정대로 도쿄올림픽을 하게 된다면 도핑 없이 페어 플레이한 모든 선수들이 박수받는 진정한 스포츠 축제가 되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