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성 불능… 이게 동화라고?
배드테일즈(Bad Tales)
![‘배드테일즈’는 원제가 동화를 뜻하지만, 아이들의성 의식을 통해 반 동화적 이야기가 기이하게 펼쳐진다. [Strand Releasing]](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originals/2021/11/03/175820325.jpg)
‘배드테일즈’는 원제가 동화를 뜻하지만, 아이들의성 의식을 통해 반 동화적 이야기가 기이하게 펼쳐진다. [Strand Releasing]

시제와 장소는 구체적이지 않다. 로마 근교의 작은 마을이 배경이고 사람들은 리트로 풍 장식의 집에 살며 역시 리트로 풍의 옷을 입고 있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노출이 심한 한여름, 방학 기간의 아이들은 풀장에서 한창 물놀이에 여념이 없고 어른들은 주로 페티오에서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눈다.
입마개가 물린 개가 한 남자에 의해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장면의 도입부가 흥미롭다. 남자는 아들에게 광견병이라 알려주며 “우울증보다는 미친 게 낫다”라는 말을 건넨다. 그리고 영화 내내 모두가 가볍게 미친 가운데 괴팍한 행동들을 한다. 실상 그들 모두 보이지 않는 우울증을 안고 살아간다.
아이의 일기를 주워 그 내용을 탐독하는 중년 남성, 이웃의 아내를 탐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옆집 아저씨, 아버지의 스마트폰 속에서 포르노를 꺼내 감상하는 아들, 볼품없고 임신까지 한 처녀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꼬마. 상류층, 중산층, 빈곤층 사람들은 하나같이 각자의 방식으로 오로지 성에 몰입한다.
그러나 그들의 성은 매력적이지도 자극적이지도 그렇다고 코믹하지도 않다. 얼토당토않은 엽기적 행동들, 웃음과 공포가 뒤범벅되는 일련의 과장된 에피소드들에는 디노첸조 형제의 장난기가 가득하다. 그러나 아이들의 성 불능이라는 불편한 소재를 다루고 종반부에 진입하면서 죽음 충동이라는 의외의 무거운 주제로 대체된다.
자아가 상실된 가운데 마을을 폭파하겠다는 엉뚱한 생각으로 폭파물을 만드는 아이들의 행동에서 영화는 기성세대들에게 강한 메타포를 던진다. 울림이나 파동이 배제된 대단히 불편한 영화, 그러나 반어법적 문제의식과 작가적 상상력으로 문제작이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닌 영화.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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