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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인물열전] 오네시모, 도망 노예에서 감독으로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 신약학

고대 로마에서 노예가 주인에게서 도망간다면? 그것도 주인의 재물을 훔쳐서 달아났다면 그 노예는 어떻게 처리되었을까? 고대 로마 인구의 약 20%에서 33% 정도가 노예였다고 하니 로마는 근본적으로 노예국가라 하겠다.

제정로마시대의 정치가이자 당대의 정신세계를 주도했던 세네카는 노예가 사람이 아니라 가축처럼 취급되어야 하며 말은 물론 입술조차 움직일 권리도 없다고 말했으니 노예의 신분이란 짐승과 진배없었다. 신약성서시대에 주인의 재산 일부를 훔쳐 도망간 간 큰 노예가 있었으니 그는 오네시모이다.

오네시모는 골로새 지역의 재력가이자 그곳 가정교회의 지도자였던 빌레몬의 노예였다. 오네시모가 그렇게 대형 사고를 치고서 도망간 곳은 다름 아닌 사도 바울이었다. 아마도 주인 빌레몬과 두터운 신앙적 교분을 나누고 있던 바울에게 도망가면 적어도 자신의 목숨만은 보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당시 옥중에 갇혀있던 바울은 이 도망간 노예 오네시모를 위하여 사랑의 연금술사 역할을 자청한다. 단 한 장짜리로 된 빌레몬서에서 바울은 오네시모를 "아들" "내 마음" "형제"로 각별히 부르면서 빌레몬에게 "네가 나를 동역자로 알진대 그를 영접하기를 내게 하듯" 그를 노예가 아닌 형제로 대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

그리고 바울은 오네시모가 빌레몬에게 빚진 것이 있다면 대신 갚겠다고 말하면서 빌레몬의 순종뿐만 아니라 자신이 구한 것 이상으로 그가 오네시모에게 해 줄 것을 확신한다고 말하면서 서신을 끝맺는다.

서신에서 바울이 구사한 수사학은 영적 권위로 누르는 명령이나 협박이 아닌 칭찬과 사랑 그리고 신뢰에 바탕을 둔 '거룩한 설득'에 다름 아니었다. 그렇게 작성된 서신을 바울은 도망간 노예 오네시모 손에 맡겨 빌레몬에게 직접 전달케 했으니 그 한 장짜리 서신에 한 사람의 생명이 달려있는 셈이 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 서신이 역사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2000년이 지난 현재 우리 손에 남겨진 이유는? 계급과 신분을 초월한 사랑의 언어는 시대와 공간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가며 끊임없는 감동과 도전을 주기에. 결국 오네시모는 에베소의 감독이 되었다고 하니 도망간 노예에게 베푼 형제애의 결과가 아름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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