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박물관 산책-75] 쿠르드박물관…영욕의 역사를 찾아서
New York
2009.11.20 21:10
쿠르드족 관련 서적·유물 등 소장…마다트 카케이 등 미술가들 작품도
브루클린에 있는 쿠르드박물관(The Kurdish Library & Museum)은 1981년 이란 출신 쿠르드족 부호인 호마연 사에포의 아내 베라 부딘 사에포가 만들었다.
처음에는 ‘쿠르드문화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창립됐으나 이후 독지가들의 지원이 늘면서 86년 쿠르드도서관, 88년에는 쿠르드박물관이 만들어졌다.
쿠르드박물관에 가려면 2·3번 전철을 타고 그랜드아미플라자(Grand Army Plaza)역에 내려 동북쪽으로 4~5블록 걸어 가면 된다.
박물관 건물이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일반 집과 비슷한 데다 밖에 큰 간판도 없어 찾기 쉽지 않다.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 입구 왼쪽에 작은 동판 하나가 달랑 붙어 있다.
쿠르드박물관은 이라크와 이란, 터키 접경에 살고 있는 쿠르드족의 역사와 문화 관련 자료를 수집해 전시·홍보하는 시설이다. 쿠르드족은 이란어 서북계에 속하는 민족으로 현재 3000만명 정도의 인구를 가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독자적인 국가를 갖지 못하고 있는 민족 중 가장 인구가 많다. 쿠르드족은 아랍과 유럽, 러시아, 미국 등에 분포하고 있는데 현재 터키 인구의 19%, 이란 인구의 10%, 이라크 인구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쿠르드족은 영욕의 역사를 가진 민족이다. 쿠르드족이 살고 있는 지역은 산악지대로 목축과 농업을 주 산업으로 하고 있다.
다른 아랍 민족과 달리 ‘땅’에 대한 집착이 매우 강해 기원 전후 이래 동서양 열강의 충돌과 문화 교류 속에서도 해체되지 않고 민족적 일체성을 보존하고 있다.
19세기까지 다양한 부족군으로 생활하던 쿠르드족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20년 독립국가 창설을 도모했으나 터키 등 인근 국가들의 강력한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어 80년을 전후로 이라크와 이란이 전쟁을 벌이는 틈을 타 이라크 북부에 살던 쿠르드족 일부가 독립하려 했으나 사담 후세인 정권의 공격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고 쿠르드족 마을의 절반 이상이 파괴되기도 했다.
쿠르드족의 역사에 영광도 있다. 12세기 후반 유럽 국가들이 제3차 십자군 전쟁을 일으켜 예루살렘과 아랍 지역을 침공했을 때 앞서 싸워 대단한 전승을 거뒀던 살라딘 대왕이 쿠르드족 출신이다.
쿠르드 부족장 아들인 살라딘은 젊은 시절부터 군사 분야에서 탁월한 지도력과 역량을 발휘해 이집트 파티마 왕조를 공격하면서 아랍 맹주들의 신망을 얻었다.
이어 살라딘은 십자군이 침공하자 이슬람 연합군을 이끌고 싸워 제3차 십자군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 현재의 이집트 동부와 시리아, 예멘, 이라크 등을 아우르는 아이유브 왕조를 세웠다.
쿠르드박물관은 이 같은 영욕의 문화와 역사를 담기 위해 80년대부터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관련 유물과 자료 등을 적극적으로 수집하는 한편 전시회를 열고, 아랍 역사를 전공하는 학자들에게 자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
특히 쿠르드박물관이 갖고 있는 6000여권의 서적과 문서, 필사본 등은 관련 콜렉션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또 쿠르드족의 의류, 보석 등 공예품, 고지도, 슬라이드 사진과 영상 자료, 쿠르드족 미술가들의 회화와 조각 등을 소장하고 있다.
박종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