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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리혜 단독 인터뷰 "박찬호 아내 아닌 요리연구가로 불러주세요"

Los Angeles

2009.11.2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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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은 생애 최고의 해
남편은 월드시리즈 호투, 본인은 첫 요리책
둘째와 터울 많이 안나는 아들이 새로운 꿈
올 초 중앙 M&B에서 요리책 ‘리혜의 메이저 밥상’을 발간한 요리연구가 박리혜. 어쩌면 책 제목만 보고서도 ‘아!’ 하며 반가워하는 이들이 있을 지 모른다.

그렇다. 박리혜는 박찬호 선수의 부인으로 더 익숙한 이름이다. 주황빛 파라솔이 펴진 테라스에 앉아 ‘여기 너무 좋아요. 오렌지가 찬호 씨 럭키 칼라인데!’ 하며 웃는 그녀와 유쾌하게 맛있는 수다를 나눴다.

"올해는요 제가 야구를 제일 재미있게 본 해에요. 찬호씨가 중간 투수라 긴장도 덜 했고 팀 성적도 좋은데다 팀 메이트들과의 사이도 아주 좋았거든요."

2009년은 박찬호.박리혜 부부에게 최고의 해였다. 남편은 메이저리그 입성 15년만에 꿈에 그리던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호투했다.

곁에서 지켜보는 아내에게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었다. 1년 내내 필라델피아 필리스 팬들이 남편에게 보내는 성원을 보며 리혜 씨도 덩달아 으쓱해졌다. "세차장이나 조그만 식당에만 가도 다들 찬호씨를 알아보고 반겼어요.

항상 차 속에 가지고 다닌다는 팀 저지를 가져와서 사인을 받아가는 사람도 많았죠. 그래서인지 아주 따뜻한 느낌이었어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것은 리혜씨도 마찬가지. 유명 야구 블로그에 '핫 베이스볼 와이프'(Hot Baseball Wife)로 선정돼 자세히 소개된 것은 물론 월드시리즈 기간 동안은 필라델피아 데일리 뉴스에서 '박찬호 강속구의 비결은 아내의 음식 솜씨에 있다'는 리혜씨 인터뷰 기사를 실어 화제가 됐다.

◇리혜의 메이저 밥상

하지만 리혜씨에게 2009년이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첫번째 요리책을 냈기 때문이다. '박찬호의 아내'를 넘어 '요리연구가 박리혜'로 당당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요리책 발간은 그녀의 오랜 꿈이기도 했다.

"결혼하고 딸 둘을 낳아 키우느라 '좋아하는 요리 연구를 못해 섭섭하다'는 생각이 들 새도 없었어요.이제야 조금 여유가 생긴 거죠. 처음엔 '가정에 소홀해지면 안된다'며 반대하던 찬호씨도 이젠 많이 응원해줘요."

재일교포 3세인 그녀는 요리의 사관학교라 불리는 CIA(Culinary Institue of America)에서 프랑스 요리를 기초로 한 세계 각국의 요리를 두루 공부했다. 결혼 전까지 일본에선 유명한 메뉴 플래너이자 요리 컨설턴트 푸드 라이터였다.

쉽고도 알찬 160여 가지 레시피가 들어 있는 '리혜의 메이저 밥상'에는 이런 그녀의 배경이 그대로 살아 있다. 올 초 발간된 이 책은 '쉽고 재미있고 실용적인 요리책'이란 소문이 퍼지며 '메이저 인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정말 직접 만들기 쉬운 레시피들만 들어 있어요. 제가 찬호씨를 위해 매일매일 만드는 것들만 골랐고요. 매일 집에서 '감'으로 해 먹는 음식들이라 '스탠다드화'하기 좀 어렵기도 했어요. 하지만 책을 위해 몇 번이고 다시 만들어보며 정확한 정보를 담았죠." 리혜씨만의 호기심과 감각은 아주 간단한 음식에도 살아 있다. 된장찌개엔 일본 된장을 1/3만 섞고 하이라이스엔 고추장을 살짝만 얹어주는 식이다.

직접 만든 특제 소스 레시피들도 책 속에 숨어있는 보석들이다.

부모님이나 외국 사람들을 대접할 때 냈던 요리들도 실었다.

박 선수가 아내의 솜씨를 자랑하려고 동료 선수들이나 VIP들을 자주 초대했었던 터라 손님 초대 요리엔 특히 자신 있다.

"애기가 없을 땐 손님을 얼마나 많이 불렀는지 몰라요. 요샌 가만히 와서 '오늘 친구 불러도 되나? 한 3명쯤?'하면서 미안해 한다니까요."

◇함께 꾸는 또 다른 꿈

리혜씨는 2010년 또 다른 꿈을 꾼다. 영어 요리책을 내 전 세계에 한국 요리를 소개하고도 싶고 다양한 요리 이벤트나 잡지 기고 등도 해 볼 생각이다. 미주 지역에서도 '리혜의 메이저 밥상'을 더욱 널리 알려보고자 한다. 미국 생활을 하며 익히고 만들어낸 레시피들이라 미주 한인들에겐 더욱 유용하리라는 믿음이다.

행복한 가족을 위한 결심도 빼놓지 않는다.

"결혼하고 올해까지 매년 모든 게 조금씩 좋아졌어요. 내년엔 아주 조금 플러스 알파가 되기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아내로서 남편의 건강과 좋은 성적을 꿈꾸는 것은 물론이다. "어디든 좋아요. 찬호씨만 행복하게 뛸 수 있다면요. 한 번만 더 월드시리즈에 가면 좋겠다고 한다면 욕심일까요?"

박찬호 선수가 셋째를 원한다는 소리가 전해지면서 '아들 낳는 비법을 알려주겠다'고 연락해오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며 소녀처럼 재미나게 웃는다. "낳게 된다면 둘째와 너무 큰 터울을 두진 말아야겠죠. 찬호씨가 잊어버려줬음 좋겠는데 그러지는 않을 것 같아요."

마침 한국에 있는 박찬호 선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응 지금 일어났어?" 사랑스런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리혜 씨의 얼굴에 반가운 미소가 번진다.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

요리책 통해 '행복' 전하고 싶어

리혜씨는 "요리를 너무 너무 너무 사랑"한단다. 신선한 재료들만 보면 신나고 가슴이 설렌단다. 요리책을 통해서는 '행복'을 전하고 싶단다. "요리에 자신 없던 사람들에게 더 쉽게 자주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쉬운 요리만 골라 책을 쓴 거에요. 또 요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저만의 비법들을 나누고 싶었고요."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은 리혜씨의 가장 큰 행복이다. 그녀에게 요리는 사랑을 표현하는 가장 큰 도구이기도 하다. 박찬호 선수에게도 리혜씨의 요리는 사랑과 행복 그 자체다.

"헤어져 있을 때가 많잖아요. 항상 전화해서 '리혜가 해 주는 아침 먹고 싶어'라고 하면 저는 '나는 안 보고 싶고 내 음식만 먹고 싶지?'하고 놀려줘요."

남편에게 화가 나는 일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섭섭해도 '운동하러 가는 사람 밥은 차려 줘야지'하며 맛있는 요리를 해 낸다는 것.

"화가 날수록 더 맛있는 걸 차려서 '밥 먹고 가' 해요. 그러면 슬쩍 와 가지고는 한국말도 아니고 영어로 'Sorry'하고 가는 거 있죠. 이게 더 현명한 부인 되는 길 아니겠어요?"

박찬호 선수의 입맛을 엿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이 가진 또 다른 재미.

"낚지볶음 오징어볶음 돼지고기볶음 갈릭 스테이크 같은 음식을 좋아해요. 처음엔 얼마나 맵고 짜게만 먹던지요. 시어머니께 많이 배우고 따라해 봐도 일식에 익숙한 전 도저히 '무서워서' 그렇게까진 간을 못하겠더라고요. 2006년 장 수술을 거치면서 몸에도 좋고 서로의 입맛에도 맞는 딱 중간 지점을 찾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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