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화채그릇’이라니 이름도 참 특별하다. 지난 주말 LA에서 1시간 30분 정도면 가 닿을 수 있는 데블스 펀치보울로 하이킹을 다녀왔다.
앤젤레스 국유림 뒤쪽 샌 게이브리얼 산맥의 자락에 위치한 이 곳은 얼핏 봐서는 그 존재를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계곡 깊숙히 들어 앉아 있다.
지진활동으로 형성된 기묘한 암석들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 아이들 자연학습으로 좋을 네이처 센터 등 가족 하루 나들이로 안성맞춤이다.
산자락으로 들어갈수록 일요일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11시에 도착한 주차장에는 십여 대 남짓한 차들만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트레일로 접어드는 노부부에게 눈인사를 건네고 주차장 건너편 네이처 센울로 들어섰다. 아담한 방에 이 일대에 서식하는 동ㆍ식물들로 아기자기하게 전시실을 꾸며 놓았다.
오른쪽 벽에는 킹 스네이크 래틀 스테이크 등 무시무시한 뱀들이 제각기 조그만 방을 하나씩 차지하고 있다. 잠시 둘러보는데 청년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평상복을 입고 있어서 레인저냐고 물었더니 트레일 보수도 하고 전시실 관리도 하는 LA 카운티 레인저란다.
책상 위에는 개미지옥 전갈 거미 도마뱀을 넣어 놓은 유리 그릇이 전시돼 있다. 친절하게 이놈 저놈 일일이 설명을 해준다. 주말에 어린이들에게 설명을 해주는 일이 가장 즐겁다고 한다. 지도를 건네받고 문을 나섰다. 오늘 가야 할 코스는'데블스 체어(Devil's Chair)'로 이르는 길. 트레일로 접어 들려는데 문득 왼쪽의 철창으로 눈길이 간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두 개의 철창 안에 '큰뿔 올빼미(Great Horned Owl)'한칸 씩을 차지하고 횃대삼아 박아 놓은 나무 등걸 위에 앉아 있다.
머리 양쪽에 깃털이 자라 올라 마치 뿔처럼 보이는 이놈들은 밤의 제왕이다. 설치류 파충류 포유류 등 작은 동물들에게 최대의 천적이다.
불의의 사고로 다친 놈들이 치료차 들렀다 가는 곳이라고 한다.
몇년 전 들렀을 때는 '붉은 꼬리매(Red Tailed Hawk)'를 만났었다.
비로소 주차장 위로 시작되는 트레일에 접어든다. 곧이어 나타난 방명록에다 기록을 한다. 거의 웬만한 트레일 입구에는 철제 박스에 담긴 방명록이 있는데 이 기록을 통해 조난자의 신원을 파악하고 구조활동에 나서게 된다.
트레일 양쪽으로 붉은 몸통에 조그만 열매를 매단 만자니타(Manzanita)가 무성하다. 왼쪽으로 잠깐 시야가 트이더니 절벽 아래로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계곡 아래로 넓은 분지형 대지 곳곳에 시루떡 처럼 켜켜이 쌓인 거대한 바위 조각들이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꽂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