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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층따라 꼬불꼬불…가족 산행으로 그만

Los Angeles

2009.11.2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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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천만년전 얕은 바다속에 잠겨있던 곳
'네이처 센터' 아이들 자연학습에 좋아
데블스 펀치보울이다.

6000만년전 얕은 바다속에 잠겨 있던 이 일대는 이 부근을 지나가는 샌 안드레아스 단층의 지진활동에 영향을 받아 휘어지고, 부러지고, 솟아 올라 오늘날처럼 특별한 형태를 지니게 됐다. 짧은 구간에 워낙 많은 지각 변동을 겪은 지라 이곳은 지질학도들의 단골 학습장이 됐다.

매주 일요일 오후 1시에는 샌 안드레아스 단층 투어가 시작된다. 가이드를 따라 단층의 역사적인 측면과 지진의 예측, 캘리포니아의 지질 일반에 관해서 보고 배우게 된다.

이 외에 소박해 보이는 네이처 센터답지 않게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는 걸 보니 방문객들이 많은 모양이다. 매달 보름달이 뜨는 날 저녁에는‘보름달 하이킹(Full Moon Hikes)’, 유성우 관측행사, 별 관측행사가 정기적으로 열리며, 학교단위의 자연학습도 예약을 받는다.

계곡 아래로 이어지는 트레일을 따라가면 잠시‘잃어버린 세계’가 나올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매력적이지만 갈길이 따로 있으니, 다음 기회로 미룬다. 계곡 트레일은 거대한 ‘시루떡’사이를 돌아다니게 되는 고리형 트레일로 1마일 거리다.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 좋다.

완만하게 경사진 길을 따라 1마일쯤 걸으니 길은 두갈래로 나뉜다. 갈래길 가운데 또렷한 글씨체로 서 있는 이정표가 시원스럽다. 왼쪽길로 접어들면 2.8마일 거리에 목적지인 데블스 체어가 있다.

화창한 날씨에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 걷기에 그만이다. 절로 콧노래가 나올 지경이다. 길은 여기서부터 조금씩 오르내리긴 하지만 거의 같은 높이로 산허리를 돌아간다. 왼쪽으로는 줄곧 데블스 펀치 보울이 내려다 보인다.

멀리서 바라보니 펀치보울의 기묘한 지형이 더 뚜렷해진다.

1963년 카운티 파크로 개장한 이곳은 넓이가 1310에이커에 달한다.

물이 흘렀던 계곡을 따라 간혹 노란 단풍을 달고 서 있는 은행나무가 늦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딱 딱 따닥” 먹이를 찾는 딱다구리가 이따금 정적을 깨뜨린다. 머리 위 코발트 빛 하늘에는 방금 이륙했는지 프로펠러기가 무동력 글라이더를 끌고 날아간다. 일정 고도가 되면 견인기로 부터 풀려난 글라이더가 자유할공을 하리라.

조금 전까지 소나무 숲을 지나던 길이 구비를 돌아갈 수록 시야가 탁 트인다. 종아리가 뻐근해 질 즈음 길이 왼쪽으로 꺽인다. 이 능선 끝에 악마의 의자가 있으리라. 완만하게 내리닫던 길은 급하게 경사를 이루더니 결국 지그재그로 바뀐다. 은근히 돌아올 길이 걱정된다.

드디어 시야가 트이고 데블스 펀치 보울을 내려다 보고 있는 데블스 체어가 저기 벼랑끝에 보인다. 양쪽이 낭떠러지라 쇠 난간이 길 끝까지 이어진다. 악마가 의자에 앉아 맛있는 화채가 담긴 그릇을 내려다 보는 풍경이 과연 어떤 것일까.

발걸음이 빨라지려 하지만 양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낭떠러지가 눈에 들어오자 오금이 저려온다. 드디어 악마의 의자에 도달했다.

발 아래는 천길 낭떠러지다. 과연 악마의 눈에 맛있는 화채로 비쳤음직한 기묘한 형상들이 눈에 들어온다. 단단한 화강암으로 이뤄진 시루떡이 물결처럼 표면에 드러나 있고, 왼쪽으로는 붉은 흙기둥이 각기 다른 형태를 자랑하고 있다. 자이언 캐년과 브라이스 캐년을 함께 떠 올린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남성적인 화강암 판석과 붉은 흙기둥이 조화를 이룬다.

멀리로는 빅터빌까지 한눈에 들어오니, 최고의 경관이다.

이곳 저곳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뒤 따라온 가족중의 한 꼬마가 제 아빠에게 외친다.

“Where is a chair?”(의자는 어딨는 거야?).

TIP
공원은 해뜰 녘부터 해질 녘까지이며, 네이처 센터는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는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다. 입장료와 주차 무료.
네이처 센터에서 데블스 체어까지 갔다 오는 길은 왕복 7마일에 4시간 정도 걸린다.
■가는 길은 LA에서 5번 프리웨이를 타고 북상하다 14번 프리웨이를 탔다가 페어블로섬 하이웨이인 138번으로 갈아타고 동쪽으로 간다. 롱뷰 로드(Longview Rd.)를 만나서 우회전하여 가다가 포트 테혼 로드(Fort Tejon Rd.)를 만나 좌회전해서 조금 가다 다시 이어지는 롱뷰 로드를 따라가면 왼쪽에 텀블위드 로드(Tumbleweed Rd.)를 만나 따라가면 이길이 데블스 펀치보울 로드로 바뀐다. 이 길 끝에 공원이 있다.
글ㆍ사진 백종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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