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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말이 많이 아픈 세상엔

말이 많이 아픈 세상엔
미움을 삭히는 일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그리움 끓이듯
끓이는 것이랄까

빽빽한 사연들이 모여 합을 이루려
낱장에선 눈물이 되고
구름이라고 고민 없어 떠만 다니겠는가
풀고 쏟아내야지

눈만 감았다 뜨면
안 되는 일도 되는 일도 살아가는 일
모두 빙판을 끓이는 사랑이라
이 색깔 저 색깔 지우라 말고
아니다 그리하지도 말고
비워 투명하게 섞여보면 제 얼굴도 보이겠지

무효가 되어버린 석회석 같은 시간들
굳어버린 둘레에 깜부기로 앉은 바튼 생각들
날아가고 삭아지고
퍼석한 조각들만 남아 제 자리라 우기니
아무것 없는 그 자리에 눈만 매 눈이 되었구나

땅이 물 위에서 젖듯
그대가 물이 되면 촉촉한 잔에
잎사귀를 피게 하고 꽃을 피게 하고

아니라니
내려놓지 못해 말이 많이 아픈 그대를 위해
내 시간을 갈아 함께 흘러가면 되겠지


손정아 / 시인·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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