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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말이 많이 아픈 세상엔

New York

2021.07.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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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많이 아픈 세상엔
미움을 삭히는 일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그리움 끓이듯
끓이는 것이랄까

빽빽한 사연들이 모여 합을 이루려
낱장에선 눈물이 되고
구름이라고 고민 없어 떠만 다니겠는가
풀고 쏟아내야지

눈만 감았다 뜨면
안 되는 일도 되는 일도 살아가는 일
모두 빙판을 끓이는 사랑이라
이 색깔 저 색깔 지우라 말고
아니다 그리하지도 말고
비워 투명하게 섞여보면 제 얼굴도 보이겠지

무효가 되어버린 석회석 같은 시간들
굳어버린 둘레에 깜부기로 앉은 바튼 생각들
날아가고 삭아지고
퍼석한 조각들만 남아 제 자리라 우기니
아무것 없는 그 자리에 눈만 매 눈이 되었구나

땅이 물 위에서 젖듯
그대가 물이 되면 촉촉한 잔에
잎사귀를 피게 하고 꽃을 피게 하고

아니라니
내려놓지 못해 말이 많이 아픈 그대를 위해
내 시간을 갈아 함께 흘러가면 되겠지


손정아 / 시인·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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