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인물열전] 야곱, 하나님께 인생의 샅바를 잡힌 자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 신약학
태중에서부터 형 '에서'의 발꿈치를 잡고서 태어난 야곱은 팥죽 한 그릇으로 거래하고서 아버지 이삭을 속여 장자의 명분을 탈취한다. 그 결과 그를 죽이려 드는 에서를 피하여 도망간 곳이 삼촌 라반의 집이었다.
그곳에서 야곱은 라반의 계략에 걸려 라헬을 얻기 위해 무려 14년을 무보수로 머슴처럼 일해야 했다. 야곱은 6년 더 그곳에서 일하면서 엉뚱하기 그지없는 유전자 변이 작전으로 (실은 하나님의 개입으로) 라반의 가축의 상당수를 차지하게 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라반이 잡을세라 두 번째 도피를 감행한다.
라반으로부터 도망하여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넘어가는 그 경계에 있던 얍복 나루터에서 야곱은 단독자(單獨者)로서 하나님과 대면한다. 그 강 건너편에는 살기등등한 형 에서가 400여명의 군사를 이끌고서 야곱과 그의 식솔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큰 위기 상황에서 야곱은 그 나루터에 홀로 남아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다.
그 때 나루터에서 야곱의 도강(渡江)을 막고서 그를 붙잡고 동이 틀 때까지 씨름을 한 분이 계셨으니 다름 아닌 사람의 모습을 취한 하나님이셨다. 야곱은 하나님의 샅바를 다부지게 잡은 씨름선수마냥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싸우다가 급기야 하나님은 그의 끈덕진 승부사 기질과 고집에 물리신 나머지 환도뼈를 쳐서 위골시키셨다. 그 이후 야곱은 평생 절며 살았다고 한다.
성서는 야곱이 하나님과 겨루어 이겼다 했다. 과연 그러한가? 다만 하나님이 져주신 것이다. 그러나 이후 야곱은 씨름 선수가 이기기 위해 상대방을 끌어당기듯 자기 맘대로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이것이 하나님이 환도뼈를 치신 이유이다. 위골된 환도뼈와 함께 그의 고집과 욕심도 꺾였다.
야곱의 샅바를 잡으신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으니 진정한 승자는 하나님이 아니던가? 하나님께 인생의 샅바를 잡힌 자 그가 진정 복된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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