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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의 서재] 윤광준의 생활명품

Atlanta

2009.12.03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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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은 시간이 담겨야 아름다워진다. 보잘것없는 행적과 허비한 시간만이 내 몫이다. 잡다한 물건은 함께하며 생산의 도구로 활약했다. 보이지 않으면 믿지 못한다. 시간을 머금은 도구는 비로소 단단해지고 쓸모가 커져갔다. 손때 묻은 나의 물건들은 이력서처럼 또렷하다.”

추수감사절 세일로부터 시작되는 연말 세일 행사에 백화점들은 올해의 모든 상품을 다 털어버리고 새해를 맞이하고 싶은가 보다. 이메일을 열어보면 역시나 세일과 관련된 광고메일이 계속 들어온다. 하지만 불경기로 굳게 닫혀진 지갑을 열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이 시기에 명품 매장의 세일코너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너도 나도 그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명품을 좋은 가격에 사가려고 아우성이다. 특히나 미국에서 살면서 같은 한국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유명 명품 매장에 가면 된다.

뭐 명품욕에 사로잡힌 사람이 비단 우리밖에 없는 것은 아닐 것이나, 유명 명품 브랜드의 상품이 ‘국민 가방, 국민 교복’이라는 자조 섞인 말로 표현될 정도로 넘쳐나는 우리 주변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명품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윤광준의 생활명품’은 사치품으로서의 명품이 아닌 우리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명품을 멋들어진 사진과 맛깔 나는 글 솜씨로 표현한 명품 책이다.

‘윤광준의 생활명품’은 사진작가인 동시에 오디오 칼럼니스트인 윤광준이 생활 속의 명품을 소개한 책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줄거리를 따라 읽어가야 하는 책이 아니라, 그저 책 허리를 뚝 분질러 중간부터 읽어도 되고 관심 있는 부분부터 짬 날 때마다 한 꼭지씩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여기에 나온 60가지 생활명품들의 목록을 살펴보면 이름이 주는 명품이라는 선입관과는 달리 이런 것도 명품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하는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가격에서부터 풍겨오는 명품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제품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저자가 선별한 명품의 기준은 제목이 말해주듯이 일상생활과 관련된 제품들이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도 멋지지만 이 책을 읽을 때 특히나 고마운 것은 그 제품들의 가격은 얼마나 되는지,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책들은 궁금증만 잔뜩 유발시켜 놓고서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전혀 정보가 없어서 좌절하게 만들거나 아니면 무슨 제품 카탈로그 같이 내용보다는 판매정보로 가득 찬 책들도 있는데, 이 책은 최소한의 정보로 책의 품위를 유지하면서도 독자의 원초적인 궁금증도 잘 풀어준다.

책을 이리저리 뒤져보다가 발견한 최저가 명품은 1,200원짜리 ‘장수 막걸리’다. 요즘은 우리 부모님 세대의 아련한 추억이 깃든 막걸리가 수출 상품이 되어 잘 팔린다고 한다. 우리가 와인을 대하는 느낌으로 외국인들이 막걸리를 마신다고 하니 정말 막걸리를 생활명품의 반열에 올려 놓는다고 해도 손색이 없겠다.

명품은 생활의 여유와 품위를 담아내는 것이다. 아무리 비싼 제품이라도 이 마음이 빠지면 그것은 명품이 아니라 단지 허영심의 아이콘으로 남을 뿐이다. 그 허영심은 날마다 더 크고, 더 좋고, 더 비싸고, 더 새로운 것을 찾겠지만 명품은 시간의 친구로 삼는다. 새것은 손때 묻은 멋스러움을 결코 흉내내지 못한다.

그리고 몸에 걸친 명품으로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려고 하는 사람은 그 누구보다 불쌍한 사람이다. 윤광준, 그는 이 말을 하고 싶어서 60개나 되는 생활 명품을 찾아냈나 보다.

“명품보단 명품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라. 명품 인간은 입고 먹고 쓰는 물건 모두를 명품으로 만든다. 지향은 이래서 중요하다. 우리는 앞이 궁금해서 나아간다. 끝에 버티고 있는 인간은 종이에 물이 스미듯 세상으로 번진다.”

김종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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