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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대증요법과 원인치료

Los Angeles

2021.07.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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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팍한 상사나 동료 때문에 직장생활을 못하겠다거나 성격이 맞지 않는 배우자 때문에 힘들다는 불평은 일상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고민이다. 예전에는 주로 참아야 한다는 조언이 대세였지만 현대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은 무조건 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조언한다.

병을 치료하는 데 있어 '대증요법(환자의 증상에 따라 대처하는 치료법으로 진통제나 소염제 등을 먹는 것 등이 예가 될 수 있다)'도 의미가 없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외부 환경을 바꾸는 일의 효용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첫째 외부 환경을 바꾸는 일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직장을 바꾸는 일이나 배우자를 바꾸는 일은 온라인 쇼핑에서 구입한 옷이나 신발을 교환하는 것처럼 간단치가 않다.

둘째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다. 한 죄수가 탈옥을 위해 감옥에 식자재를 배달하는 트럭의 출입 시간을 꼼꼼히 기록해 두었다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트럭에 숨어들었다. 한참 시간이 지나 밖을 살펴본 죄수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본인이 와 있는 곳은 그토록 그리던 바깥세상이 아니라 또 다른 감옥이었던 것이다.

공부와 일을 둘로 보지 않는 원불교 교리 덕에 출가자인 필자도 상당한 양의 일을 직접 해야 한다. 어느 날 "차라리 불교로 출가해서 암자 같은 곳에 들어가면 한가롭게 수행할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을 하는 필자를 발견하곤 헛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이미 출가를 했으면서도 출가 타령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과연 고요한 암자로 가면 번뇌가 저절로 멈추고 한가롭게 수행에 전념할 수 있을까. 산 속 깊은 암자에는 번뇌와 인생의 고단함이 없을까. 외부 조건의 변화만으로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서구사회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선(명상)이 유행이다. 선이라 함은 착심이 없는 각자의 본성(불성 자성)을 회복하여 마음의 자유를 얻는 공부로 예로부터 마음공부나 영적 성장에 뜻을 둔 사람으로서 선을 수행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선의 궁극적 목적은 고요한 선실이 아닌 시끄럽고 욕심 경계가 많은 일상생활에서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는 일이다. 조용한 곳에서도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복잡다단한 일상에서 평안을 유지하려 하는 것은 모래로 밥을 지으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먼저 조용한 곳에서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좌선은 물론이고 행선 선무 요가 태극권 절 기도 염불도 마음을 모은다는 점에서 훌륭한 선이 될 수 있다.

본인의 수준과 성향에 맞는 방법을 골라서 규칙적으로 수행해 보자. 반드시 깨달음이나 영적 성장 같은 고상한 이유로만 선을 할 필요는 없다. 마음의 평안 육신 건강 집중력과 기억력 증대 등의 가시적 효과들도 현대인들에겐 충분히 매력적이다. 효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구글이나 삼성에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사원들에게 명상을 훈련시키는 이유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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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철 교무 / 원불교 미국서부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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