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한인 은행의 지점은 역할이 다르다"
대형은행 지점망 축소 불구
한인 은행들은 확장에 관심
영업 전진 기지에 홍보 효과
한인 적은 곳은 사랑방 역할

팬데믹 이후 금융계의 디지털화 거센 바람에 웰스파고를 포함한 대형은행들은 지점을 축소하고 있는 반면 한인은행은 확장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박낙희 기자
웰스파고, 씨티그룹, JP모건 체이스 등이 올 상반기에 문을 닫은 지점 수는 250여개 이상으로, 각 은행 전체 지점의 1~5%에 달했다. 이중 웰스파고는 미국 내 지점 154개를 폐쇄하고 인원도 6% 줄였다. 씨티그룹은 미국, 멕시코, 아시아 등 전 세계적으로 지점 100여개를 폐쇄했고, JP모건은 지점 40여개의 문을 닫았다. 이런 지점 감축 뒤에는 금융계의 디지털화와 맞물려 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및 모바일 뱅킹으로 많은 은행 지점와 인력들이 불필요해질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예견해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금융의 디지털화를 촉진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대형은행과 한인은행의 사뭇 다르다. 대형은행은 소비자 금융상품도 강하지만 한인은행은 비즈니스 뱅킹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지역적인 확장이 은행 성장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퍼시픽시티뱅크(PCB)는 텍사스와 뉴저지 등으로 지점망을 확대해 대출고를 늘릴 계획이라고 올 정기 주주총회에서 밝혔다. 14번째 지점이자 첫 텍사스 지점인 댈러스 지점 실내 공사는 이미 시작됐다. 댈러스 캐롤턴 지역에 추가 지점과 뉴저지 팰리세이즈파크(팰팍) 지점도 내년에 오픈할 예정이다. 2년 새 지점 3곳의 확충 계획을 공개한 셈이다. 그런가 하면 지점 자리를 물색 중인 한인은행도 2개나 더 된다.
대형은행은 지점을 줄이고 있는 데 반해 한인은행은 되레 늘리고 있다. 금융계의 디지털화 바람과 대형은행의 행보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게 한인 은행권의 설명이다.
일단 수백 수천개의 지점을 보유한 대형은행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수천개 지점의 1~5%를 닫는 것은 모바일과 인터넷 뱅킹 수요 급증과 지점 방문자 수 급감에 따른 비용 절감 차원이며 고객들의 불편이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한인은행과 같이 수개에 수십 개에 불과한 지점을 감축하는 것은 되레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이름이 널리 알려져 지점 수를 줄여도 인지도와 무관한 대형은행과 달리 한인은행 지점은 영업의 중심이자 물리적인 입지로 은행을 홍보하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에 지점 운영의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남가주를 제외한 북가주나 타주의 한인사회에서 한인은행 지점은 한인과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비즈니스상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창구와 같은 역할도 한다. 유능한 지점장들은 한인 비즈니스맨들과의 영업 중에 다른 비즈니스의 한인 업주를 소개해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서 그나마 온라인 및 모바일 뱅킹 사용자가 늘었지 이전까지는 한인 고객의 지점 방문 선호도가 꽤 높았던 것도 지점 축소를 지향하지 않는 점이다. 더욱이 대형은행의 디지털화와 비교하면 한인은행의 디지털뱅킹은 이용에 제약이 많다. 디지털 뱅킹에 대한 투자 규모는 천문학적이라서 한인은행 규모로 대형은행을 따라잡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지난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앞으로 4년 동안 연간 10억 달러를 디지털뱅킹에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전국 한인은행 18곳의 순이익을 모두 합쳐도 4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연간 10억 달러 투자 규모의 막대함을 가늠할 수 있다.
한 한인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과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지점 정리가 필요한 경우를 빼고는 중소형 한인은행들은 일정한 수의 지점을 확보하는 게 성장 전략에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토요일 휴무하는 지점 수가 느는 것과 같이 디지털뱅킹 고객이 급증하면 탄력적으로 지점 운영 시간을 조정하거나 지점 크기를 줄이는 형태로 진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진성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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