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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 수도에서 찬물이 나오다니!

에콰도르 선교사 임동섭 목사

수도에서 찬물이 나와서 너무 기뻤습니다.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목회하시는 목사님의 말입니다. 피닉스는 여름에 116도(섭씨 46도)까지 올라갈 때가 많다고 합니다. 찬물을 틀어도 뜨거운 물이 나온답니다. 상추를 씻을 수 없답니다. 상추를 씻으려면 얼음이 필요하답니다. 직접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본 적이 14년 전이라고 합니다. 피닉스에서 눈을 보려면 차로 3시간쯤 가야 한답니다. 집 주위를 둘러보면 자갈과 선인장뿐이라고 합니다.
저는 매일 콜로라도 로키 산의 눈을 보면서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도에서 찬물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한 적이 없었습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할 수 있는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경향을 ‘소확행’이라고 합니다. 일본어로 ‘小確幸(しょうかっこう)’이라고 씁니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A Small, Good Thing’에서 따와 만든 신조어입니다. 그의 에세이 ‘랑게르한스 섬의 오후(ランゲルハンス島の午後)’(1986)에서 이 단어를 썼습니다.
그는 ‘小確幸’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깨끗한 내의가 잔뜩 쌓여 있는 것을 보는 것’ ‘정결한 면 냄새가 솔솔 풍기는 하얀 러닝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쓰는 것’ ‘추운 계절에 고양이가 내 이불 속을 세 번 들락날락하다가 네 번째 들어와 조용히 잠드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100미터 마이크로 산책’이 인기입니다. 동네 100미터 내외의 작은 공간 구석구석을 1년 365일 아주 세밀하게 관찰하는 것입니다.
우리말에서 ‘소확행’에 해당하는 말을 찾는다면 ‘정복(淨福)’을 들 수 있습니다. ‘이양하 수필선’에 나오는 “많지 않은 여년(餘年)을 한 뜰에 나무를 모아 놓고 벗 삼아 지낼 수 있다면 거기서 더 큰 정복이 없을 것 같다”라는 용례에서처럼 정복은 ‘맑고도 조촐한 행복’을 뜻하는 말입니다.
아내는 ‘에스프레소 커피(이탈리아어 caffè espresso)’를 좋아합니다. 에스프레소 커피 주전자(Moka Pot)를 5불 정도에 샀습니다. 아침 식사 후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는 것이 작은 행복입니다.
요즘 세발자전거를 탑니다. 천천히 달려도 넘어질 염려가 없습니다. 천천히 달리면서 주변을 봅니다. 꽃과 나무를 봅니다. 노래하는 새들을 봅니다. 다람쥐들이 노는 모습도 보입니다. 해 뜨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손자를 품에 안고 세발자전거를 타고 공원에 갑니다. 손자와 함께 놀이터에서 놉니다. 손자가 세발자전거 타는 걸 아주 좋아합니다. 손자가 말을 듣지 않으면 자전거 태워주지 않겠다고 하면 바로 말을 듣습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행복감을 높일 수 있는 활동은 여행과 취미생활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행복감을 줄이는 활동은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 업무적 만남, 혼자 있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국민 여행실태 조사 결과에서 최고의 행복감을 주는 활동은 여행이라고 합니다.
한편 이 단어 자체가 자본주의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아가 학습된 무기력을 보여준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소확행에서 풍기는 뉘앙스에서 '큰 행복은 어쩔 수 없이 포기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실시한 ‘행복 키워드’ 조사에서 응답자의 10명 중 7명 이상이 ‘소확행에 공감한다’(75.1%)고 답했습니다. 그 이유로 ‘가끔 오는 큰 행복보다 자주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이 만족감이 더 크고’,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행복감을 얻어서’라고 응답했습니다. 하지만 ‘소확행에 공감한다!’는 응답자의 82%가 ‘현재 행복하지 않다’고 답했으며, 이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가 ‘취업과 진로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58.5%)’와 ‘생활비 마련이 어려워서(32.3%)’라고 답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으로 돈을 벌고 있습니다. 고액 연봉을 받는 전문가들도 노동이 주 수입원입니다. 노동으로 돈을 번다는 것은 노동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고액 연봉을 받는 노동자라고 할지라도 고용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눈치를 본다는 것은 행복감을 느끼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참 행복은 내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나는 천국에 간다는 확신이 있으면 바쁜 중에서도 느긋하게 살 수 있습니다. 소소한 행복은 미래가 없습니다. 천국은 영원한 미래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소소한 행복뿐만 아니라 영원한 행복도 누리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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