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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 켈러의 사회주의 행적 발굴한 다큐

Los Angeles

2021.07.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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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사회주의 미소
(Her Socialist Smile)
‘역경을 이겨낸 인간’의 상징 헬렌 켈러는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 노동자들의 편에서 미국의 기성 정치인들에게 신랄한 비판을 가한 인물이었다. [Grasshopper Film]

‘역경을 이겨낸 인간’의 상징 헬렌 켈러는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 노동자들의 편에서 미국의 기성 정치인들에게 신랄한 비판을 가한 인물이었다. [Grasshopper Film]

역경을 이겨낸 인간의 상징인 헬렌 켈러의 사회주의 사상과 행적을 집중적으로 다룬 존 지안비토 감독의 5번째 다큐멘터리.

독립영화계의 결코 흔하지 않은 존재 지안비토 감독은 ‘후세인의 미친 노래’(The Mad Songs of Fernanda Hussein, 2001년), ‘이윤 동기와 속삭이는 비’(Profit Motive and the Whispering Wind, 2007년) 등 사회주의적 색채가 강한 작품들을 발표해 왔다.

시각, 청각 중복 장애인이었던 켈러는 미국인들이 가장 아끼고 자랑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녀가 젊은 나이에 사회당에 가입했고 이후 활발한 사회주의 운동을 펼쳤던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영화는 켈러가 자신이 왜 사회주의자가 되었는지에 대한 공개 서한을 발표한 사실에 주목하며 기존의 전기 영화들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켈러의 전기를 영상에 옮겨 놓았다.

무성영화 ‘구조’(1919), ‘헬렌 켈러 이야기’(1955) 등 그간 발표됐던 켈러에 관한 영상 자료들은 더러 있지만 켈러의 정치적 신념과 활동에 초점을 맞춘 작품은 없었다.

켈러가 거의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 사회주의를 계몽하기 위해 활발히 활동했음에도 왜 그녀의 사회주의 행적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을까.

감독은 켈러가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투쟁한 위인’으로 세탁되었다는 흥미로운 논점을 제시한다. 켈러에 관한 대부분의 자료들은 미국장애인재단에 보관되어 있다. 그런데 이 재단은 상당히 보수주의적 색채를 띤 단체이다. 영화는 이들이 공산주의자들과 친밀히 교제했던 켈러의 사회주의적 면모를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았음을 넌지시 암시한다.

지안비토는 2001년 9월 다큐멘터리를 위해 자료를 모으던 중, 뉴욕 맨해튼에 소재한 ‘헬렌 켈러 인터내셔날’에 귀한 자료들이 있다는 사실을 접한다. 그러나 그해 9·11이 발생하면서 세계무역센터와 함께 이곳도 무너져 내리면서 이 프로젝트를 접었던 사실을 상기한다.

그러나 그는 켈러가 세상과 ‘글’로 주로 소통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어 켈러의 연설문 등을 다시 탐구하기 시작했고 ‘그녀의 사회주의 미소’를 완성하기에 이른다.

“인류의 대다수는 노동자들이다. 인류의 다수는 소수의 안락한 삶을 위해 산업적 억압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의 수많은 흑인들이 백인들에 의해 희생되고 있는데 미국의 대통령은 세계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자고 말한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우드로 윌슨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켈러의 말이다. 1세기 전 그녀가 세상에 던진 이 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듯 들린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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