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로 시작되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The Road Not Taken(가지 않은 길)’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이 시를 흔히 ‘The Road Less Traveled’라고도 기억한다. 시의 마지막 행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때문이다. 이 시구를 떠오르게 하는 ‘The Trail Less Traveled’라는 애칭의 등산로가 있다.
뉴저지 서섹스카운티의 하이포인트 주립공원이 이 트레일의 소재지인데, 이 공원은 약 15000에이커의 규모로 뉴욕, 뉴저지, 펜실베니아 등 3개 주가 맞닿는 곳에 위치한다.
트레일은 공원 명칭처럼 뉴저지에서 가장 높은 키타티니 산맥(Kittatinny Mountain)의 주능선을 따라 자리하고 있다. 산맥의 최고 봉우리엔 1930년도에 세워진 전사자들을 위로하는 사각의 오벨리스크 기념탑이 있다.
사람들이 걸은 자취가 적어 붙여진 명칭의 ‘The Trail Less Traveled’는 8자 모양으로 선을 이룬 전장 약 8마일의 등산로다.
이 트레일은 조지아주에서 북쪽의 메인 주까지 연결되는 2000마일이 훨씬 넘는 미 동부의 백두대간에 해당하는 애팔래치안 트레일의 일부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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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는 길=애팔래치안 트레일(AT)을 등반하는 사람들을 위해 밤샘 주차가 가능한 주차장 하나가 서섹스시에서 델라웨어강 쪽으로 향하는 23번 도로의 고갯마루에 있다.
여기에 차를 세우고 남쪽으로 파란색 표시를 따라 걸으면 곧 애팔래치안 트레일을 상징하는 흰색 바탕의 AT 마크를 만나게 된다.
이 지점에서 남쪽으로 S자 모양으로 난 길이 AT이고, 역 S자 모양으로 난 길이 아이리스 트레일(Iris Trail, IT)이다. AT는 산 능선을 따라 남동쪽으로 내려가고, IT는 계곡을 따라 북동쪽으로 올라온다.
흰색으로 표시된 AT를 따라 산을 오르다 초반 약 1마일 정도를 지나면 서쪽으로 난 흰 바탕에 파란색 점으로 표시를 한 전망대(Blue Dot Overlook) 입구을 만난다.
짤막한 이 길을 따라 들어가면 저 아래 자그마한 호수인 쏘밀 폰드(Saw Mill Pond)가 보이고, 서편으로 뉴저지와 펜실베니아의 경계를 이루는 델라웨어 강과 그 너머의 포코노 산맥까지 끝없는 들판이 아련히 펼쳐져 있다. 안개에 자욱하게 쌓인 희미한 산맥의 모습은 자못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들어간 길을 돌아 나와 다시 남으로 약 0.5마일 정도 따라 가면, 계곡을 따라 잠시 길이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게 된다. 여기가 이 트레일 중 가장 가파른 절벽이 놓인 곳이지만, 그리 높지는 않다.
켤레로 층층이 쌓인 바위 들 위엔 우리 산수화에 등장할 법한 소나무 몇 그루가 그 푸름을 간직한 채 계절을 묵묵히 지내고 있다.
그러다 곧 너른 전망대 바위가 다시 나오고, 이번엔 동편의 뉴저지 방향, 월킬리버 밸리의 전경을 한 눈에 바라다 볼 수 있다.
뉴저지 주에 위치한 여러 호수 들 중에서 규모나 경관으로 보아 빼놓을 수 없는 러더포드 호수(Lake Rutherford)와 그 호수로 이르는 여러 갈래의 시내들, 그리고 파란 창공의 높은 하늘이 땀 흘리며 걸어 온 노고를 풀어 준다.
이제부터의 하이킹은 시인이나 철학자, 혹은 음악가가 점심을 느긋하게 먹은 후 영감과 마음의 순화를 위해 즐겨 찾을 것 같은 산책로 모양의 길이 이어진다.
이 오솔길을 따라 생명의 기운이 움트는 봄엔 연 초록의 새싹들과 붉은 꽃들이 피어나고, 한 여름엔 뜨거운 햇살로부터 길을 가려주는 나뭇가지들이 축축 늘어지고, 가을엔 떨어진 낙엽들의 향기가 푹푹 풍겨나며, 소복하게 흰 눈이 세상을 덮는 겨울의 풍경은 아늑할 것이다.
다시 한 시간 정도, 약 1.5마일을 걸으면 AT가 IT와 교차하는 지점이 나온다. 여기서 턴을 하여 북으로 향해 약 1마일을 올라가면 러더포드 호수 바로 옆을 지나게 되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호수를 바라보며 점심을 먹기에 좋은 장소다.
만일 여기서 턴을 하지 않고 계속 AT를 따라 남동쪽으로 약 1.5마일을 걸으면 두 번째 교차점이 나오게 된다. 여기서 북서쪽으로 회전을 하여 돌면 비로소 8자 모양의 트레일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즉 두 트레일이 첫 번째로 교차하는 중간 지점에서 돌아오면 0자 모양이 되고, 두 번째로 교차하는 지점까지 갔다 오면 8자가 되는데, 전자로 돌면 약 5마일, 후자로 완주하면 약 8마일 정도의 거리가 된다.
해가 긴 여름에는 8자로, 해가 짧은 겨울에는 0자로, 혹은 걷는 사람의 각각 상황에 따라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폭이 비교적 자유로운 산행 길이 ‘The Trail Less Traveled’이다.
로버트 프로스트 스스로 최고의 작품으로 여기던 또 다른 시 ‘눈 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가 어울리는 계절에 산길을 걸으며 그의 시를 읊어 본다.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깊다.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그러나 난 지켜야 할 약속이 있으니, But I have promises to keep/자기 전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자기 전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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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GWB-Route 4 West-208 North-287 South-Exit 52-Route 23 North-Sussex Downtown에서 8마일 지나면 왼편에 애팔래치안 트레일 오버나잇 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