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사는 문제는 모두의 관심사다. “오늘 점심 뭐 먹지?”라는 명제를 쉽게 풀지 못하는 게 그 방증이다. 천재 작곡가는 영감을 받아 단숨에 악상을 떠올리지만, 그날의 메뉴 정하기는 이보다 어렵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인들이 한인식당에 쏟는 관심은 많다. 그런데 요즘 한인 소비자들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
이유는 당연히 가격이다. 특별히 더 나은 재료를 썼거나 더 많은 양을 주는 것으로 바뀐 것도 아닌데 값을 올린 탓이다. 물론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묘하게 오른 원재료 가격이 그중 하나다. 최근 뉴욕의 피자 가게들은 가격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는데 업주들은 “피자 박스값이 올라서…”라고 설명했다. 의류업계 최대 난제가 한때 옷걸이 확보인 때도 있었다.
이달부터 일제히 시간당 15달러로 오른 인건비도 부담일 것이다. 최저임금 이슈는 식당 음식값 인상의 중요한 이유였다. 일부 소비자는 인건비 부담 이길 장사는 없다며 식당들의 편까지 들어줬다. 또 이념논쟁으로 변질시키며 그저 외식비 부담이 늘었다고 푸념이나 하려던 사람을 ‘생각 없는 자’라고 논외로 밀어냈다.
가격 다음으로 민심에 상처를 낸 것은 음식의 품질과 서비스 그리고 팁이다. 최근 이모씨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오랜만에 회와 초밥 도시락을 주문했다. 그런데 전달받은 도시락은 시든 샐러드에 말라붙은 초밥 네 점과 생선회 세 점이 끝이었다. 미소 된장국은 준비가 안 됐다며 건너뛰었다. 그날 오후 그들은 헛헛한 속을 배달 피자로 달랬다.
일부 식당들은 구인난이니 서비스가 부족해도 양해해 달라고 한다. 이런 소리를 들으면 소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도 직원 충원 안 해주는 회사에서 온종일 일에 치인다고. 귀한 시간 내서 내 돈 내고 먹는데 무슨 논리로 손님에게 불편을 강요하느냐고.
최근 한 독자는 영수증 사진을 보내왔다. 특양, 대창 등으로 저녁을 먹고 180달러, 세금을 더해 197달러가 나왔는데 세후 기준으로 팁을 강요받았다는 제보였다. 각각 18%, 20%, 25%로 ‘안내’된 팁은 세금을 포함한 금액이었다. 15%를 세전 금액 기준으로 두고 나오니 직원이 따라와 더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고 그는 어이없어했다.
이런 불편한 속내에 기름을 끼얹은 건 단연 ‘식당 회생 그랜트(RRF)’다. 남가주 일대 7개 식당을 운영하는 한 한인 업체는 1000만 달러 최고액을 받았고, 타인종에게 더 유명한 바비큐 식당은 450만 달러 이상을 수령했다. 100만 달러 이상을 지원받은 곳이 수십 곳이며 적게는 수천에서 수만 달러까지 신청한 대로 받았다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전례 없는 팬데믹을 겪으며 크고 작은 희생을 치르지 않은 이들이 없다. 폐업, 영업중단, 해고, 근무시간 축소, 급여 삭감 등이 일상이 됐다. 떠난 이들의 일까지 대신하는 바람에 심신이 지쳤는데 유독 식당만 지원한 RRF는 다른 이들의 자괴감을 폭발시켰다. 요즘 유명 식당 업주들이 희희낙락 골프장에서 자주 목격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다만 이런 한인식당에 불만이 많다면 하나 위안이 될 소식은 RRF의 관련 규정이다. 지원금은 2023년 3월 11일까지 임대료, 장비, 물품, 재고, 회계, 교육, 법률, 홍보, 보험, 라이선스, 수수료 등으로 모두 써야 한다. 당장 올해 말을 시작으로 사용이 허용된 카테고리에 맞춰 지출 내용을 매년 보고해야 한다. 금액이 많을수록 정부는 집중적으로 감시할 것이고 남은 금액은 반납해야 한다.
저렴한 해피 아워 메뉴도 되살리고 무료 사리 추가 서비스도 재개하며 한인들 마음 돌리려고 업주들은 노력해야지 혹시라도 ‘공짜 점심’ 잘 먹었다고 배 두드릴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