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인물열전] 라합, "믿음으로 구원받은 타락한 여인"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 신약학
신약성서의 히브리서(11:31)는 "믿음으로 창녀 라합은 정탐꾼들을 호의로 영접해서 순종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망하지 않았습니다."라고 기록해 놓고 있다. 여리고 성을 공략하기 전에 이스라엘은 그 성의 내부 사정을 세세히 정탐해야 했다. 이스라엘 정탐꾼들을 안전하게 숨겨주고 도주하도록 도와준 이는 자신의 몸을 생계수단으로 삼았던 창녀 라합이었다. 이러한 라합의 행위를 놓고 여론이 분분하다. 제 가족만 살리겠다고 적에게 부역(附逆)한 더러운 창녀인가 아니면 믿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했던 지혜로운 여인인가?
'여리고'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타락할 대로 타락한 도시의 이미지가 아니던가? 최근 우가릿(Ugarit)에서 발견된 문서들은 그곳이 우상숭배 남색 수간 마법 아이 제물 등으로 가득했다고 밝혀 준다.
이 도시에서 비록 몸을 팔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창녀였지만 라합은 새로운 시대가 동터오는 소리를 멀리서 듣고 있었던 것이다.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하던 합비루들을 홍해를 갈라 구원하신 하나님의 놀라운 이야기를 들어온 라합은 그 미지(未知)의 신을 향한 동경과 믿음으로 새 역사를 여는 인물이 된 것이다. 이스라엘 민족이 광야시대에서 가나안시대로 가는 길목에서 라합은 바로 그 새 시대의 관문을 열어준 여인이 된 것이다.
라합은 이스라엘 정탐꾼들에게 "과연 주 당신들의 하나님만이 위로는 하늘에서 아래로는 땅 위에서 참 하나님이십니다."고 고백한다. 믿음의 눈은 하늘을 통해 역사의 현장을 통찰하는 혜안이다.
그 혜안으로 결국 라합은 후일 다윗 왕의 고조할머니가 되었으니 메시아의 계보를 잇게 한 여인이 된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이러한 인생역전이 가능하기는 한 걸까? 하나님 앞에서 누구나 죄인인 것을. 라합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다만 믿음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다는 진리를 새삼 발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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