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성의 한방사랑] 생리불순
강기성 한의원 원장
생리불순은 크게 생리의 양이 고르지 않은 것과 생리주기가 고르지 않은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개 생리의 양과 주기가 모두 고르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한달에 2~3번씩 자주 생리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몇 달에 한 번씩 드물게 생리를 하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이런 증세가 있어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치료할 생각을 하지 않고 지나쳐 버리는 데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생리 주기의 이상이 아니라 특정 질환의 결과일 수도 있고 불임이나 자궁내막증 같은 질환의 선행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생리불순은 뇌하수체 종양처럼 호르몬 대사와 관련된 질환에 의해 생기기도 하고 반대로 생리불순을 오랫동안 치료하지 않을 경우에는 배란장애로 이어져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자궁 내막이 자궁외의 다른 부위에서 증식하는 자궁내막증식증 같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생리불순은 결코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주기가 빨라지는 빈발 월경은 신경을 지나치게 쓰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칠정(七情)에 의한 혈열에 의해 생기거나 자궁이 깨끗하지 않은 상태에서 습하고 뜨거운 기운에 의해 생긴다. 혈열이 원인인 경우 갑자기 많은 양의 출혈이 있고 피의 색이 선명하며 쉽게 짜증을 내는 경향이 있다. 한편 습열이 원인인 경우는 몸이 무겁거나 붓고 피가 끈적거리며 덩어리가 지고 조금씩 계속해서 출혈이 있다.
주기가 느려지는 희발 생리는 찬 음식을 많이 먹거나 오랫동안 아랫배를 차게 해서 자궁이 냉해진 경우거나 소파수술 등으로 어혈이 생겨 자궁의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을 경우 나타난다. 증세로는 생리량이 적고 색깔이 어두우며 허리가 아프고 아랫배가 찬 것이 특징이다.
몇일 전 신문에 한일 여자프로골프대항전에서 우승한 한국 대표팀 주장 이지희가 헹가래를 받다 떨어져 허리를 다쳤다는 기사를 보고 30여년 전 일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필자가 74년부터 84년까지 국립발레단과 국립무용단의 한방 주치의로 있을 때 일이다. 74년 하반기 공연인 백조의 호수 주역 무용수인 J양이 남자 무용수의 실수로 바닥에 떨어지며 허리를 다쳤다는 연락을 받고 즉시 달려가 한 시간 넘게 치료를 하여 다시 연습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3일 후 J양이 수심에 찬 얼굴로 진료실에 들어왔다. 허리통증은 말끔히 나았는데 생리주기가 20여일이나 남았는데도 어제부터 생리가 시작되어 사흘 뒤 공연이 걱정이라고 했다. 다시 자세히 진찰을 해보니 흉추 10-11과 요추 2-3에 소견이 있다. 즉시 추나치료와 정체교정을 하고 생리에 영향하는 경혈에 침구치료를 했다.
흉추10-11은 비장을 주관하는 자율신경의 분포 지역이고 요추 2-3은 신장에 영향하는 부위이다. 비장과 신장은 혈액을 통제하고 생리를 주관하는 장부이기 때문에 이곳에 이상이 생기면 반드시 생리에 이상이 생긴다. 어떤 원인에서 이든 생리불순일 때는 이곳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후 J양은 가벼워진 몸으로 환상적인 공연을 하여 갈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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