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중국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쉽위드아웃 어 세퍼드’. 완전범죄를 내용으로 한 한국영화 ‘몽타주’를 모티브로 했다. [KinoLorber]
말레이시아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감독 샘쿼의 2019년 작품이다. 중국 변방의 토속적 분위기에 할리우드 스타일의 스릴이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중국의 시골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지만, 중국사회 전반에서 새롭게 형성되는 상류층과 하류층의 부당한 계급 구조와 그로 인한 부패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선과 악의 대립 구도 안에서 조심스레 선을 넘나드는 샘쿼의 연출이 돋보인다. 2013년 말레이시아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리샴(Drishyam)’의 리메이크로 역시 중국에서도 개봉되던 해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리웨이제(양샤오)와 그의 아내 아유 그리고 두 딸 핑핑과안안은 17년간 태국 북부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중국인 가족이다.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게를 운영하는 리웨이제는 범죄영화에 심취해 있다. 그의 가게 스크린에는 언제나 범죄 스릴러 영화 한 편이 돌아가고 있다.
리웨이제와 동네 남자들은 늘 영화에 대하여 즐겁게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사람들을 악압하고돈을 착취하는 비리 경찰관들에게 리웨이제의 영화에 대한 풍부한 식견은 불편하게만 들린다.
핑핑은 여름 캠프에서 유력 정치인 아버지와 경찰서장 라웬(조앤 첸)을 엄마로 둔 수쳇에게 유린당한다. 수쳇은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녹화하고 핑핑을지속적으로 괴롭히려 한다. 며칠 후 수쳇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의 살인사건에 핑핑과아유가 연루된다. 아들을 잃은 분노로 범인 체포에 몰입하는 라웬은 안 그래도 못마땅한 존재인 리웨이제를 압박한다.
리웨이제의 풍부한 컴퓨터 지식과 838편의 범죄영화를 감상한 경험에 바탕을 둔 지략이 동원된다. 리웨이제는 가족들을 데리고 알리바이 조작 훈련에 돌입한다. 딸을 위한 엄마의 모성애와 침착을 잃지 않는 아빠의 지혜가 과연 딸을 살인혐의로부터 구해낼 수 있을까.
인터넷 시대 가난한 시골 동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완전범죄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완벽한 알리바이로 범죄혐의에서 벗어나는 한국 영화 ‘몽타주’(2013)가 모티브가 됐다.
영화 전반에 깔려 있는 사악의 중심에는 타락한 관료와 경찰 부패의 상징 라웬이 있다.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폭넓은 연기를 보여온 첸이 독기 가득한 연기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