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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경영자 릴레이 인터뷰-18]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

중국·캄보디아에 곡물 지지…식량전쟁서 홀인원 이룰 것
1956년 창업한 제분업게 '빅3'…와인·유기농·수입차 영역 확대

이희상(64) 운산그룹 회장의 홀인원 기념 와인이었다. 잠시 후 시작된 이 회장과의 인터뷰는 골프 얘기로 출발했다. 이 회장은 재계에서 알아주는 골퍼다. 최고 스코어는 69타로 홀인원을 네 번이나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특유의 골프 경영론을 설파했다. 요컨대 목표를 분명하게, 과감하게 그리고 멀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골프를 인생의 한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홀 컵 안에 넣으려고 스윙하는 것과 온그린(골프에서 공을 그린 위에 올리는 것) 하면 만족한다는 심정으로 스윙하는 것, 당연히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자세도, 방향도 신중해지게 마련이다. 또 드라이브 샷을 잘했다고 해서 세컨드 샷이 잘 맞는 게 아니다.

첫 홀을 잘 쳤다고 해서 18번 홀까지 운이 좋은 것도 아니다. 선수들 시합도 마찬가지다. 첫날 좋았다고 마지막 날까지 가는 게 아니다. 경기는 후반이, 마지막 날이 좋아야 한다. 목표를 보다 ‘멀리’ 두어야 한다. 의지를 가져야 기회도 오는 법이다.”

요즘 가장 신경 쓰는 분야는.

"일단은 안정적인 곡물자원 개발에 포커스를 맞췄다. 장기적으로 보고 있다. 지구온난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농사 작황 예측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곡물이 금융 상품화하면서 '돈 장사'가 됐다. 쌀이 남아돌아서 그렇지 한국은 심각한 식량 부족 국가다. 자급률이 30%도 되지 않는다. 안정적인 식량자원 확보는 국가적인 숙제다. 우리도 나름 노력하고 있다. (해외 자원 확보를 통해) 식량 자급을 이뤄야 하지 않겠나 하는 일념이다."

-식량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 어떤 일을 해왔나.

"중국 산둥성에서 고구마 농사를 지은 적도 있다. 비록 실패했지만 값진 경험이었다. 2007년부터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유기농 밀 농사도 짓고 있다. 올해 300톤쯤 들여올 예정이다. 캄보디아 바탐방 지역엔 옥수수 건조장을 건설 중이다. 중장기적으로 러시아 연해주에서 밀 농사를 지을 수 있는지도 검토하고 있다."

운산그룹은 1956년 고 이용구 회장이 창업한 호남제분(현 한국제분)이 모태다. 2000년 동아제분(현 동아원)을 인수하면서 제분업계의 강자로 올라섰다. 와인 유통 회사인 나라식품 애완견.고양이 사료 업체인 대산물산 유기농 체인 사업을 하는 해가온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올해 예상되는 그룹 매출은 7000억원대. 주력인 제분사업에선 시장 점유율 26%로 대한제분.CJ제일제당 등과 빅3를 이루고 있다. 지난달 사료회사인 SCF(옛 신촌사료)와 동아제분을 합병해 동아원을 만들었다. 그룹 이름인 운산은 고 이 회장의 호에서 따온 것이다.

-제분업의 특징은 무엇인가.

"제분업체의 수익은 국제 곡물 시세와 환율 움직임에 좌우된다. 주원료인 원맥 대부분을 미국.호주.캐나다 등 밀 생산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당시 달러당 원화 가치가 2000원에 육박해 견디기 어려웠다. 게다가 톤당 200달러 정도됐던 원맥 가격이 236달러로 10% 이상 올랐다."

-9월부터 밀가루 값을 내렸다.

"밀가루는 중산층.서민이 즐겨 찾는 품목이다 보니 가격 움직임에 민감하다. 지난해 갑자기 곡물가격 급등에 원화 가치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만났지만 쉽게 값을 올리지 못했다. 올 들어 곡물가격이 떨어지고 환율도 안정돼 9월부터 평균 9% 내릴 수 있었다. 밀가루는 지난해부터 발표하고 있는 MB 물가지수 52개 항목 가운데 19.5%나 값을 내린 '모범 품목'이다."

-지난달 동아제분과 SCF를 합병해 동아원을 출범시켰다. 현재 4000억원대인 이 회사 매출을 2015년까지 1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는데.

"글로벌 전략에 포커스를 맞춰 나온 목표치다. 해외 자원 개발이 핵심으로 4~5년 전부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도 최근 2년간 연중 200일 이상을 해외에서 보냈다. 최근 들어 분위기가 좋다. 정부도 자원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 구하기도 한결 수월해지면서 사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캄보디아에선 옥수수 유통을 중국에선 사료 사업을 해볼 계획이다. 2015년까지 해외 부문에서 4300억원대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계획대로라면 2015년 그룹 매출은 1조4000억원 정도 될 것이다."

-와인 사업에 나선 것은 어떤 계기인가.

"서양에서는 1인당 연 200병씩 마시는 술이 와인이다. 쉽게 말해 날마다 모든 사람이 즐기는(Everyday Drink Everybody Drink) 주종이다. 그러나 과거 한국에선 한정된 계층만의 주류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값싸고 좋은 와인을 선보이겠다는 의무감에서 97년 사업을 시작했다. 10년 넘게 자칭 '와인 전도사'로 살았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최고로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최근 임직원에게 고객 만족 고객 감동을 넘어 '고객 기절'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사실은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들은 말이다. 얼마 전 나라식품과 거래하는 칠레 몬테스 와이너리의 더글라스 머레이 공동 창업자가 이 호텔에 묵었다. 머레이 회장이 이 호텔을 극찬하기에 알아보니 그가 사용한 방의 침대보와 베개 등에 '몬테스' 브랜드를 새겨 놓았다고 한다. 정말 고객 기절이 있구나 생각했다. 모든 사람에게 '상대'가 있게 마련이다. 비즈니스는 더욱 그렇다. 상대의 마음을 얻는 것은 디테일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 회장은 명절 때 지인에게 선물을 보내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같은 '특별한 날'을 더 챙긴다. 택배 서비스도 가급적 이용하지 않는다. 그는 "상대의 마음을 얻으려면 너무 쉽게 하려고 해선 안 된다"고 훈수했다. "큰 비즈니스는 큰 회사가 하면 된다. 하나를 해도 1등을 하는 것 더 나아가 명품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길이다. 경쟁자가 인정해 주는 1등을 해야 한다. 페라리 수입이나 아직 돈을 벌지 못하지만 해가온 사업 와이너리 운영 등에서 이런 값진 공부를 한다."

WHO?

1945년 충남 논산생. 운산그룹 창업자인 고 이용구(1914~93) 회장의 차남. 경기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94년 한국제분 대표이사, 97년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2002년부터 한국제분공업협회장을 맡고 있다. 180cm의 훤칠한 키에 테니스·골프·스키 등을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 올봄 오랜만에 테니스를 치다 어깨를 다쳐 요즘 운동을 쉬고 있단다.

‘와생사’(와인을 생각하는 사람들) ‘국생사’(국악을 생각하는 사람들) 같은 모임을 만들어 지인과 교류하기를 즐긴다. “이웃부터 잘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의 집이 있는 서울 가회동을 비롯해 인근 명륜동·창신동 일대의 불우이웃을 돕는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프랑스 메도크 그라브 와인 명예기사(2001년), 쥐라드 드 생테밀리옹 기사(2002년), 콩프랑스 샴페인협회 명예기사(2005년) 등 다양한 와인 관련 기사 작위와 프랑스 농업공로훈장(2007년), 국민훈장 모란장(2008년) 등을 받았다. 정영화(63)씨와 1남3녀를 두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삼남인 재만씨가 첫째 사위, 조석래 효성 회장의 장남인 현준씨(효성 사장)가 셋째 사위다.

차진용.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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