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라이즈 선셋'은 달라이 라마 14세의, 해가 뜨고 지기까지의 하루 일과를 기록한 최초의 다큐멘터리다. [Kino Lorber]
달라이 라마 14세에 관한 영화나 다큐멘터리는 여러 작품이 있지만, 그의 하루 일과를 오롯이 조명한 영화는 없었다. ‘선라이즈 선셋’은 달라이 라마의, 해가 뜨고 지기까지의 하루 일과를 기록한 최초의 다큐멘터리이다.
1950년 중국은 티베트를 침공한다. 주권을 상실한 티베트의 독립운동을 펼치던 달라이 라마 14세는 체포당할 위기에 처하게 되고 1959년 인도로 망명한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2010년 제작된 이 영화는 여러 영화제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됐고 달라이 라마 14세의 비폭력 정신을 접할 수 있는 주옥같은 작품으로 평가되어 왔다.
러시아 출신의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달라이 라마의 곁에서 오체투지로 시작하는 그의 일정을 조용히 따라가면서 틈틈이 대화를 나누고 자연스레 여러 가지 화두를 주고받는다. 달라이 라마의 덕망이나 평화 수호자로서의 이미지 등 특별한 설정이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 없이 그저 담담하게 그의 진솔한 하루를 카메라에 담아낸다.
1935년 티베트의 가난한 농가에서 ‘라모 톤둡’(Lhamo Thondup)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달라이 라마 14세는 1940년 2월 22일 티베트의 14대 달라이 라마로 옹립됐다. 티베트의 정치, 종교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세습이나 선출이 아닌, 옹립의 형식을 취한다. 전임 달라이 라마가 열반하면 고승들이 그의 ‘환생자’를 찾아 나선다.
5세의 남자아이 라모 톤둡은, 13대 달라이 라마 툽텐 가초의 예언대로 다리에 호랑이의 줄무늬와 관세음보살처럼 기다란 두 팔과 손바닥에 조개 모양의 손금을 지니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쿤둔’이라 불렀다. 살아 있는 부처‘라는 뜻이다.
역대 달라이 라마 중 가장 복이 없는 달라이 라마 14세. 그는 누구보다도 고난과 역경이 가득한 삶을 살아왔다. 인류를 향한 그의 호소에서 느껴지는 진정성의 근간이다. 600만 티베트 인들에게 중국을 용서하라고 설파한 그의 메시지는 원한을 원한으로 갚지 않는다는 부처의 가르침이었다.
평생토록 고난에 찬, 하지만 늘 희망에 찬 달라이 라마 14세의 인생 역정은 자신의 삶을 고통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