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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경영자 릴레이 인터뷰-19] 김정완 매일유업 부회장

신선한 이미지 적중…김연아 CF 효과 '톡톡'
유기농 우유 처음엔 임원 반대…농가 설득 가격 낮추니 대히트

18일 오전 5시30분. 김정완(52) 매일유업 부회장이 일주일간 싱가포르와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시간이다. 그는 곧장 서울 운니동에 있는 회사로 출근해 오전 내내 그동안 쌓인 보고서를 검토했다고 한다. 같은 날 인터뷰에서 피곤하지 않으냐는 첫 인사에 김 부회장은 "요즘은 일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며 특유의 아이 같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 해외 사업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미국에 요구르트 공장을 지을 계획"이란 게 일성이었다. "내년께 현지에 요구르트 공장을 지을 생각이다. 사실 지난해부터 추진한 프로젝트인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차질이 생겼다. 조만간 실현에 옮길 것이다."

-요구르트는 유럽에서 처음 나온 제품이다. 해외에서 승부하기가 만만치 않을 텐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일본 야쿠르트는 세계 곳곳에 진출해 탁월한 마케팅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우리도 65mL 작은 병 안에 건강 기능을 담으면 승산이 있다."

얘기가 나온 김에 다른 해외 사업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내년에 중국 칭다오에 요구르트 공장을 세운다. 믿을 만한 현지 파트너를 만났다. 자회사인 ㈜제로투세븐은 베트남에서 영.유아복 사업을 추진 중이다."

매일유업은 1969년 고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진 한국낙농가공이 모태. 회사가 부실해지자 정부는 이태 뒤 함경남도 이원 출신의 기업가였던 고 김복용 회장에게 인수를 권유했다. 유제품 일체를 미군에 의지하던 시절 낙농업 진출은 도박과도 같았다. 당시 51세였던 김 회장은 정부가 떠넘기듯 맡긴 이 회사를 한국 굴지의 유가공업체로 키워냈다. 지난해 매출은 7448억원. 치즈 제조업체인 ㈜상하 ㈜제로투세븐 와인 유통을 하는 래뱅드매일 등 계열사 매출까지 합치면 9338억원에 달한다.

-올해 실적 전망을 하면.

"예상보다 훨씬 좋을 것 같다. 목표했던 8300억원대 매출 달성은 무난할 것이다. 현재 프리미엄 분유 '앱솔루트 궁'과 떠먹는 요구르트 '바이오거트 퓨어' '매일우유 저지방&칼슘' 등 1등 브랜드가 5개다. 이를 2013년까지 8개로 늘리고 싶다."

회사 측은 올해 매일유업 및 3개 계열사 매출이 1조1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적이 좋은 비결은.

"과거엔 그 많은 브랜드를 모두 성공시키고 싶었다. 그렇게 사업을 벌여놓고 부진한 사업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실수였다. 지금은 제품 가짓수를 최대한 줄이는 중이다. 어떨 땐 브랜드 매니저에게 '그 브랜드는 왜 있어야 하느냐'고 묻는다. 가치가 없으면 접어야 한다. 그래서 가장 신경 쓰는 것은 퀄리티(품질)다. 내년엔 요구르트 전 제품을 재론칭한다. 공장 설계.용기 디자인 등을 과감하게 바꿀 것이다."

-2012년까지 그룹 매출 1조6000억원을 이루겠다고 했는데.

"핵심은 유가공 사업이다. 사실 처음에는 종합식품 사업으로 회사를 확장하려고 했다. 생각을 잘못한 것이다. 1년 보관할 수 있는 상품은 우리가 잘하는 게 아니더라. 우리 강점은 '신선함'에 있다. 슬로건도 '아침마다 신선한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로 정했다. 상품은 우유도 있지만 주스도 두유도 있다. 그러나 외형이 중요한 게 아니다. 매출이 줄어들더라도 정말 좋은 1등 브랜드를 갖고 있다면 당연히 이 선택을 할 것이다. 차근차근 시장 리더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치즈 사업을 하는 ㈜상하를 합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료를 수입해야 하는 치즈 사업은 환율 움직임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마케팅에 전념하기 어려웠는데 큰 덩어리(합병)로 묶어서 브랜드를 키울 생각이다."

-최근 매일유업이 선전하는 데는 '김연아 효과'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내부 아이디어로 채택돼 지난해 봄부터 김연아 선수를 모델로 쓰고 있다. 김연아의 신선한 이미지가 우리와 맞는다. 그의 이미지에 맞지 않는 광고를 만들어와 다시 만들라고 한 적도 있다. 세계적인 스타가 된 만큼 놀림감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서다. 스타 대우를 해주고 싶다. 김연아가 승리해도 좋고 아니어도 괜찮다. 그 이미지를 공유하고 싶다."

-먼저 창업(64년)한 라이벌 업체 남양유업을 어떻게 평가하나.

"남양은 마케팅을 잘하는 회사다. 배운 게 배울 게 많으니 존경할 수 밖에 없다. 시장에서 서로 좋은 경쟁을 하고 있다. 우유나 조제분유 같은 제품은 계속 겹치겠지만 10년 20년 뒤 서로 가는 길이 달라지지 않겠나."

김 부회장에게 '다른 방향'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그는 '매일 상하목장'이라는 유기농 우유 얘기를 꺼냈다. 올해에만 170억원어치(750mL 기준 900만개)가 팔린 히트상품이다. 김 부회장이 사내에서 유기농 제품 출시를 제안한 것은 2007년이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모든 임원이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기농이 별건가. 옛날에 농사짓던 대로 하면 된다"며 사업을 밀어붙였다. ㈜상하의 치즈 공장이 있는 전북 고창으로 달려갔다.

그가 성공 요건으로 주목한 것은 가격이다. 값을 낮추지 않고는 유기농 제품이 성공할 수 없다고 여겨서다. "처음엔 소비자 가격을 3000원(750mL들이 기준)에 맞추려고 했다. 젖소 사육 농가를 찾아다니며 원유를 무조건 전량 구매할 테니 가격 높일 생각은 하지 말라고 설득했다. 결국 3900원에 내놓았지만 경쟁 유기농 제품에 비하면 20~30% 저렴한 것이다. 요즘 하루 17톤 정도 팔린다. 시장 점유율은 50%다. 수년 안에 하루 50~100톤을 팔 수 있을 것이다. 잘 될 아이템은 많다. (웃으면서) 언제 하느냐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김 부회장의 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고창 일대를 지역민과 함께하는 유기농 마을로 육성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고창군 상하면의 상하는 하늘과 땅이 닿은 곳이라는 뜻이란다. 따뜻하면서 청정하다. 소 키우기에도 좋은 곳이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지명을 따서 지었다. 이 일대 목장을 체험하고 유기농 쌀.계란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유기농 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가족 단위 체험.교육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이렇게 되는 데 2년쯤 걸리지 않을까."

-벤치마킹하는 모델이 있나.

"일본 나고야 인근의 모쿠모쿠 목장을 자주 찾는다. 체험 프로그램 운영과 농산품 판매를 통해 연 5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곳이다. 김완주 전북도지사를 모시고 간 적도 있다. 우리도 농민과 기업 지방자치단체가 손을 잡으면 깜짝 놀랄 유기농 단지를 성공시킬 수 있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실현되든 안 되든 나는 진정 열심히 하려고 한다."

WHO?

1957년 서울생. 고 김복용(1920~2006) 매일유업 창업주의 장남. 보성고와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NC웨슬리 안대 대학원에 다니다 86년 부친의 부름을 받고 귀국해 매일유업체 입사, 상무·부사장을 거쳐 97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2006년 1월 김복용 회장이 작고한 뒤 회사 경영을 책임져 왔다.

취미를 묻자 “뭐든 새로운 것에 심취하는 버릇이 있다”며 최근 2~3년간은 예술품에 빠져 있다고. 외식사업을 활발히 벌이는 것과 관련해선 미식가는 아니지만 특별한 미각을 가진 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고 김 회장의 차남인 정석(50)씨는 식자재 납품업체인 ㈜복원을, 삼남인 정민(47)씨는 영유아 관련 제품 공급업체인 ㈜제로투세븐을 경영하고 있다.

차진용.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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