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WJ 수필] 원더풀 인생

밤 사이 흰 눈이 소복히 내린 줄 알았습니다.
작은 뜰 앞이 온통 하이얀 꽃가루로 나부낍니다.
때 아닌 벗꽃이 자욱한 안개 속 가로등 불빛을 받아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아직 지지 않은 오색의 단풍과 벗꽃의 어우러짐은 이 아침 황홀하기까지 합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작년 봄에 옮겨 심었던 채송화가 체리 빛 봉우리를 수줍게 내밀고 있습니다.
닥쳐 올 시린바람 같은 건 아예 겁내지도 않을 것처럼 함박웃음 활짝 웃으며
피었습니다.
담장 밑 솔 나무 밑둥에도 연초록색 이끼가 보송보송 맺혔습니다.
햇빛 잘 받는 우리 집 뜰 안에는 온통 따스한 기운으로 화사합니다.
이 한겨울, 계절이 뒤바뀌고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 것 같은 변화에 난 가슴이 콩콩 뜁니다.

어디를 가든 곳곳에 크리스마스 축제로 행복이 넘쳐 나고 거리마다 기쁨 가득한 캐롤송이 울려 퍼집니다.
"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다른 모든 사슴들 놀려대며 웃었지 ~ "
그 캐롤송은 점점히 내 마음을 적시며 자꾸만 착해지게 만듭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오는 날 동안을 감사하게 합니다.
병들었을 때나 건강할 때, 가난할 때나 부할 때에도 주어진 상황대로 다스릴 수 있는 마음 주심에 감사하고, 고난을 겪으므로 철들게 했던 인격의 변화를 감사합니다.
잘 되는 건 축복으로, 안 되는 건 저주라는 형편에서도 이래서도 유익, 저래서도 유익함을 누릴 수 있음을 감사하고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관계의 경험으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게 됨을 감사합니다.
곪은 건 살이 아니라며 도려내고 잘라내는 아픔 견뎌내 새 살 돋게 했던 비싼 인생수업에 감사하고, 잊을 건 쉽게 잊어 내일 일에 염려 없이 꿀맛 같은 단잠 잘 수 있어 감사합니다.
넘어지고 깨진 실패 뒤에 선물로 받은 겸손을 감사하고, 어떠한 상황과 반응에 상관 없이도 평화 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이제 어느덧 한 해의 막이 내려집니다.
무대에 올려진 내 삶을 그려보며 맡겨진 배우로서의 역활에 충실했나를 뒤돌아 봅니다.
신년 초, 꿈과 희망으로 시작된 무대에 오르면서 올해는 정말 멋진 주연이 되어 보겠다는 욕심으로 동분서주 뛰었지만 나는 다시 깨닫습니다.
주연이나 조연이 아닌, 연극이 시작되기 전 무대를 정리하고 닦고 치우는 일이 무명배우인 나의 배역이라는 것을요.
환경과 조건과 형편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지금의 처지 그대로를 감사합니다.
2009년 한 해를 살아 온 지금까지가 '원더풀' 일 수 밖에 없었음을 감사합니다.
그리고 성탄절을 맞으며 먼 유대 땅 말구유에서 평강의 왕으로 태어나신 아기예수의 마음을 품어 봅니다.


최민애 (편집팀장)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