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인물열전] 하와, 산 자의 어머니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 신약학
하나님은 최초의 인간인 아담의 '돕는 배필'로 하와를 만드셨다 했다. 여기서 '돕는다'는 말은 '구해낸다'는 뜻의 '에셀'이다. 하나님은 아담을 그의 고독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여자를 만드셨다. 그래서일까 여자는 남자 없이 살 수 있어도 남자는 여자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여자는 남자보다 호기심도 강했다.
금단의 열매를 따먹게 되면 죽게 된다는 하나님의 엄중한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뱀의 유혹에 넘어가 그것을 먹었으니 그녀의 호기심은 죽음보다 강했던 모양이다. 주체 못 할 강한 호기심 때문에 열지 말라는 제우스의 명령을 잊은 채 그가 준 상자를 연 나머지 이 세상에 온갖 재앙과 질병을 가져온 최초의 여성 판도라처럼.
인류 최초의 원죄는 호기심이 발동한 나머지 금단의 열매를 먹음으로써 하나님과 같이 되고자 하는 탐심이었다. 그 탐심 때문에 인류는 온갖 불행을 자초하기도 하지만 한편 쉼 없이 화려한 문명을 일구어 내기도 하였다. 하와는 금단의 실과를 먹어 죄와 죽음의 암운을 인류에게 드리웠지만 성경은 그녀를 죽은 자의 어머니가 아닌 '산 자의 어머니'로 기록했다.
하와는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연약한 그릇'에서 질긴 탯줄로 인류의 역사를 지속시키기 위해 생명을 부여하는 강한 어머니가 되었다. 그러기에 모든 '산 자의 어머니'라 했다. 뱀이 아담을 제쳐두고 생명의 기원이요 인류의 미래를 자궁(子宮)에 품은 하와를 유혹의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겠다. 열린 판도라 상자에서 온갖 재앙이 소용돌이치듯 나온 후 마지막으로 희망이 나온 것처럼 '하와'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고자 하는 것은 결국 '생명'인데 무통(無痛)이 아닌 극심한 진통 후에 오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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