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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집에 오면 대접 못받아

Los Angeles

2010.01.0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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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사는 건 맨 얼굴 보여주는 것
집에서도 밖처럼 가족마음 헤아려 대해야"
Q: 밖에서는 능력 있고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받지만 집에 돌아오면 가족들은 저를 비난하기만 합니다. 그러다보니 밖에서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아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제가 살아온 삶의 방법에 대해서도 회의가 생깁니다.

A: 바깥에서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는 적절히 자기 성질을 죽이고 연극을 할 수가 있고 그럼으로써 좋은 평가를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화가 나도 웃을 수 있고 없는 돈을 보시할 수도 있고 잘 차려 입고 나가 예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또 밖의 사람들은 내게 특별한 기대를 걸지 않기 때문에 약간만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주면 대부분 나를 좋아하게 됩니다.

그러나 집안에서 가족과 함께 사는 일은 화장 지운 맨 얼굴을 보여주는 것과 같고 옷을 벗은 알몸을 드러내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의 원래 성격과 습관이 그대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더구나 가족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은 밖의 사람들의 그것보다 훨씬 크고 다양합니다. 바라는 것이 많으니 비난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애써 번 돈을 밖의 어떤 사람에게 주었다면 그 사람은 나에게 고맙다고 여러 번 인사를 할 테지만 집의 부인이나 남편에게 주었을 때에는 몇 번 되풀이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처음에는 100만 원에 고마워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왜 200만 원 주지 않나 생각하고 300만 원 주기를 바라게 됩니다. 늘 부족감을 느낍니다. 가족으로 바라보는 것은 밖에서 남이 보는 시선과는 그 기준이 전혀 다릅니다.

그러니 해결책은 첫째 그러한 비판을 달게 받는 것입니다. 그것이 당연한 인간사이고 세상 이치이니 섭섭해 하거나 불만을 갖지 마십시오.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다 주고 아무리 밖에서 성공한 지위에 오르더라도 집에서의 비판은 달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둘째 이 비판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게 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요구가 무엇인지 헤아려야 합니다.

밖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대하듯이 집에서도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려 대한다면 이와 같은 일은 생기지 않습니다. 가족의 요구는 바깥사람의 요구와는 다릅니다.

제가 상담했던 한 분은 남편에게 늘 불만이 많아서 헤어지고 싶어했습니다. 돈도 잘 벌고 착한 남편을 두고 왜 그러느냐 천벌 받는다고 친정 식구들까지 한결같이 반대했습니다. 남편은 직장을 마치면 어김없이 바로 집으로 오는 사람이었는데 부인에게는 이것까지도 불만이었습니다.

비오는 날이면 남편과 찻집에 가서 함께 커피 한 잔 마시며 대화하고 싶다는 것이 부인의 바람이었는데 남편은 집에서 마시면 되지 왜 그런 데 가느냐 비까지 오는데 무엇 하러 거기까지 가느냐고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부인을 이해할 수 없다고 욕할 수도 있지만 인생이란 각자의 것이 모두 다른 법이고 옆의 사람이 남의 인생의 방식에 관여할 일이 아닙니다.

만약 질문자가 두 번째 해결책에 동의하지 않고 그런 것까지 신경쓰며 살 필요가 있는가 하고 생각한다면 대신 비난을 감수해야 합니다. 비난을 받을 때 가족의 요구를 살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마음과 과보를 달게 받겠다는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면 오히려 문제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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