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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프랑스서 돌아와 6일째 격리돼보니

New York

2021.08.2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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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은 마음의 평화 경험
더 길어지면 참기 힘들 것

집단면역 회의론 많은데
11월 이후 한국 선택 궁금
휴가를 맞아 나는 프랑스의 가족들을 3년 만에 만나고 돌아왔다. 의무 격리를 시작한 지 6일째가 된 지금, 마음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개인적 차원으로는 14일간의 강제 칩거가 일생의 경험이라 할 만하다. 나는 새로운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 상황을 진정한 휴식과 가족과의 의미 있는 시간을 누릴 기회로 삼아 보려고 노력했다. 희한하게도 지금까지는 시간이 퍽 빠르게 흘렀다. 두 어린 자녀와 놀다 보면 확실히 지루할 틈이 없다. 사실 격리시간이 순탄하게 흘러가고 아이들이 싸우거나 뛰지 않을 때는 내가 긴 템플스테이에 참여해 외부 세계와 단절한 채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물론 그 외부 세계에서는 내 휴대전화를 추적하고 있다가, 전화기가 너무 움직이지 않으면 메시지를 보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론적인 차원에서는 격리 자체와 코로나19 접근법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이 교차한다. 첫째, 나는 백신접종을 완료했는데 왜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가? 같은 백신을 해외가 아닌 한국에서 맞고 같은 여행을 다녀올 경우 격리기간 없이 일상 복귀가 가능한 이유는 무엇인가? 역학적 논거는 무엇인가? 방역 당국은 해외에서 발급한 백신접종 증명서의 진위를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우려하며, 이는 이해가 되는 사항이다. 그래도 해외 접종자 중 일부는 격리 면제를 받을 수 있는데, 아마 입국 목적이나 비자 종류에 따라 결정되는 듯하다. 하지만 이해하지 못한 채 경험하는 것은 역시 답답하다.

둘째, 여름 휴가를 프랑스에서 보내고 나니, 확진자 수를 극적으로 최소화하려는 한국과 코로나와 함께 살기를 추구하는 프랑스의 코로나19에 대한 관점 차이가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팬데믹 초기부터 한국에 있었던 나는 하루 확진자 수가 2만4000명이 넘는 3차 유행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정부와 시민들이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태도에 깜짝 놀랐다. 프랑스의 모든 여행객이 엄격한 격리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몇몇 도시만이 마스크 의무 착용을 요구한다.

대신 프랑스는 최근에 건강상태 확인서(health pass)를 발급했다. 백신 접종을 증명(혹은 72시간 동안 유효한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음을 증명)하는 이 확인서가 있으면 장거리 기차, 버스, 레스토랑, 카페 및 50인 이상의 공공장소 출입이 가능하다. 일부 프랑스인은 (대부분 백신 회의론자인데) 이 확인서 발급에 강력히 반발하지만, 정상적인 삶으로의 회귀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다. 바이러스와 함께 지내는 위험을 한층 폭넓게 수용할 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를 크게 확신하지 않는다. 몇몇 병원들은 이미 상황이 심각하다. 특히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어린이 감염인데, 아직 어린이용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델타 변이가 상당히 퍼져 소아 입원율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팬데믹 상황에서 적절한 중도(中道)란 무엇일까? 한국의 거리두기 강화 조치가 확진자 수와 사망자 감소에 효율적으로 작용했다는 데에 대체로 동의한다. 의학저널 ‘랜셋(the Lancet)’ 4월호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몇몇 유럽 전문가들이 코로나19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에 대해 고찰한 결과 한국·호주·아이슬란드·뉴질랜드·일본 등은 시민들의 자유를 보호하면서 공중보건 성과와 경제회복 속도 면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나은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모든 세대가 바이러스 및 타인 접촉을 꺼리는 생활이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 어떤 심리학적 영향을 미칠까?

내 격리기간이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어도 14일에서 더 연장된다면 참기 힘든 지경이 될 텐데, 바이러스 전파를 최대한 근절하는 전략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교와 일터에서의 마스크 착용, 집합 금지, 콧속 깊숙이 면봉을 밀어 넣는 고통스러운 집단 검사, 온라인 수업, 여행 제한 등의 조치는 끝이 보일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참고 견딜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한국의 강력한 거리두기로도 가장 최근에 발생한 전국적인 유행은 막지 못했다. 델타 변이는 전염성도 더 강해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들도 감염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신종 변이 발생을 예상하고, 코로나바이러스도 감기와 마찬가지로 백신이 존재하지만 종종 치명적인 사례가 발생하며 다양한 형태로 재발하는 바이러스가 될 것이라는 쪽으로 추측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19의 미래가 이렇다면 확진자 수를 0에 가깝게 유지하려는 노력이 계속 설득력을 지닐 수 있을까?

한국 정부는 11월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설정하고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려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불행히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집단면역이 형성될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 한국의 우선순위는 백신 접종이고, 다소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집단 접종은 전염병을 억제해 치명적인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최선책이다. 하지만 그다음은 무엇일까.


에바 존 / 한국프랑스학교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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